함성 사라진 음악방송, 관객 빈자리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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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연말 가요 시상식도 '비대면'...무산 가능성도 감수해야
당연한 존재로 여겼던 관객과 환호성, 효과음으로 채울 수 없어

텅 빈 관객석. ⓒ픽사베이
텅 빈 관객석. ⓒ픽사베이

[PD저널=허항 MBC PD] 관객이 없는 쇼가 계속되고 있다. 음악방송이라면 늘 있었던 관객 환호성 소리나 리액션 컷들을 못 본 지가 오래다. 연말을 즈음해 개최되고 있는 대형쇼들까지 관객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확실히 쇼를 끌고 가는 바퀴 하나가 빠져버린 것만 같은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방송사나 제작사들은 증강현실이나 화려한 무대장치, 또는 전세계 팬들과의 랜선 소통 등의 방법을 동원해 언택트 공연의 공허함을 메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관객의 부재를 메울 수 있는 대체재는 없는 것 같다.

관객의 존재가 당연했던 시절에는, 음악방송에서 관객의 역할을 크게 중요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가수의 무대만 완벽히 준비한다면, 관객은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했었다. 솔직히 관객에 대한 기억이 사실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아이돌 음악프로그램을 연출하다 보면 관객들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하던 스태프와 팬들 간에 실랑이가 빚어지거나 스튜디오 수용인원 초과로 입장하지 못한 팬들이 프로그램 게시판에 항의를 해오는 상황이 빈번했다. 관객으로 온 몇몇 팬들의 함성이 너무 커서 가수의 라이브 소리가 묻히는 바람에 재녹화를 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이런 기억들이 남다보니, 음악방송 관객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좋을 수 없었다.

아무튼 현실은, 미우나 고우나 음악방송에는 자리하고 있던 관객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상암동 스튜디오의 빨간 관객석은, 이제 거의 1년째 텅 빈 상태로 접혀있다. 방송에 따라 효과음으로 관객 함성을 덧붙이는 곳도 있지만, 현장감 있는 함성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최근 잇따라 열린 대형 음악쇼들과 시상식들에서는, 관객 없는 음악쇼의 아쉬움이 더 크게 드러난다. 마치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일방적인 대화 같다. 멋진 공연을 해도 따라 불러줄 사람이 없고, 아무리 큰 상을 타고 있어도 현장에서 팬들이 보내는 박수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가수들 입장에서는 훨씬 더 공허함을 느낄 것 같다.  

코로나19로 연말 시상식도 비대면 공연으로 열리고 있다. 사진은 '2020 MAMA' 무대에 오른 BTS. ⓒMnet
코로나19로 연말 시상식도 비대면 공연으로 열리고 있다. 사진은 '2020 MAMA' 무대에 오른 BTS. ⓒMnet

필자가 준비하고 있는 MBC <가요대제전> 역시 관객 없는 쇼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지면서 쇼 자체가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많은 스태프들은 최선을 다해 최고의 무대를 준비하며 가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쳐있을 사람들을 위한 선곡과 눈을 즐겁게 할 무대 장치들, 화려한 라인업 등으로 큐시트를 채워간다. 

하지만 관객이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치명적인 변수다. 다른 음악쇼들처럼 우리도 관객의 부재를 채울 여러 요소들을 준비하고 있지만, 무얼 해도 관객의 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MBC <가요대제전>의 상징인 새해 카운트다운 무대에서도, 2021년을 함께 맞이하는 관객들의 환호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무거워진다. 

연극의 3요소가 배우, 희곡, 관객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시청자의 존재는 중요하게 느끼면서도, 막상 녹화나 생방송 현장의 관객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는 시청자들과 달리, 관객들은 그 자리에 당연히 늘 있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요즘, 갑자기 변해버린 음악쇼의 모습을 씁쓸하게 마주한다. 생생한 현장의 환호성이 섞여 들려오는 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모여 ‘떼창’하는 공연. 그 모든 광경들을 다시 보는 날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전부다. 상황은 하루아침에 변했지만, 이런 상황에 적응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아니, 적응하지는 못할 것 같다. 관객들이 차지했던 부분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게 된 이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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