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기로 직결되는 '지방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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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로 직결되는 '지방 소멸'
[제작기] KBS창원 특집 다큐멘터리 ‘소멸의 땅’
  • 이형관 KBS창원 기자
  • 승인 2020.12.23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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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방송된 KBS창원 특집 다큐멘터리 '소멸의 땅'.
지난 18일 방송된 KBS창원 특집 다큐멘터리 '소멸의 땅'.

[PD저널=이형관 KBS창원 기자] '지방 소멸', 지방에서 사람이 빠지고 사라지는 문제를 다소 자극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2014년 일본 전 총무대신 마스다 히로야씨가 펴낸 <지방소멸>이라는 책에서 비롯됐습니다. 최근 들어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 말이 자주 나옵니다. 아마도 지방 곳곳의 인구 감소 문제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이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정말 그럴까? 어느 정도로 심각하기에? 굳이 위협적인 단어를 써야 하나?’ 등 갖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방이 인구 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현장이 분명 있어야만 합니다. 저희 제작진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취재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오동동, 진주시, 하동군, 의령군 등 경남에서 시작해 전북 익산시, 경북 구미시와 의성군, 부산 중구와 영도구, 해운대구, 서울 강남구와 관악구, 일본 남부 시코쿠섬 나고로 마을과 효고현 히메지시로 4개월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외국에 나가지 못해 현지 촬영팀을 따로 구성하는 등 어려움은 있었지만, 인구 감소 위기를 실감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전국을 누비면서 저희가 확인한 것은 ‘국토 골다공증’ 현상이었습니다. 골밀도가 줄어들어 뼈 곳곳에 구멍이 생기는 골다공증처럼, 우리나라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줄어들어 빈집과 폐교가 늘어나는 등 곳곳이 텅 비어갔습니다. 마치 전염병처럼 농산어촌에서 중소도시로, 다시 지방 대도시까지 퍼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때 50만 명에 달했던 경남 창원시 마산 인구는 현재 36만여 명,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18%입니다. ‘젊음의 거리’라 불렸던 전북 익산시는 최근 40년 동안 정점 인구에서 인구 25% 이상 급격하게 감소한 대표적인 ‘축소 도시’가 됐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부산 청년 박소현 양은 “제2의 도시는 옛말이다”며 “이미 청년들은 떠나고 ‘노인과 바다’가 된 지 오래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창원 보도 특집 다큐멘터리 '소멸의 땅'.
지난 18일 방송된 KBS창원 보도 특집 다큐멘터리 '소멸의 땅'.

지방에 있던 그 많은 사람은 전부 어디로 간 것일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자연적 감소만이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1960년대 시작된 산업화와 도시화 영향으로 인구 상당수가 구직과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수도권’으로 이동했습니다. 자원은 사람을 쫓고, 사람은 또 자원이 있는 곳으로 모이는 법입니다. 인구를 넘어 자본과 기업 등 모든 것이 빨려갔습니다. 1960년대 전체 20%에 불과했던 수도권 인구는 현재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 30%, 의료기관 51%, 정부투자기관 90%, 예금 70%가 수도권에 몰려있습니다. 쏠림과 빨림의 악순환이 문제였습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4개월에 걸친 긴 여정. 제작진은 앞서 말한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모두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태의 다큐멘터리 <소멸의 땅>을 만들었습니다. ‘제1장 위기의 전조’ ‘제2장 쏠림과 빨림’ ‘제3장 공멸과 공생 사이’가 그것입니다. 1장에서는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는 지방의 현재를, 2장에서는 지방 소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3장에서는 도시 연계 등 현시점에서 실현할 수 있는 대책을 담았습니다.

여기에 지역 예술가들도 참여해 지역 위기를 형상화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대표, 김경수 경남지사, 성경륭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마강래 중앙대 교수, 김동주 전 국토연구원장 등 전문가 10여 명을 인터뷰해 신뢰도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지방 인구가 주는 게 그리 큰 문제인가?' '수도권에 다같이 모여 살면 되는 것이 아니냐?' 다큐를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도시에서 인구가 늘어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요즘 같이 인구가 정체된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방의 위기는 지방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방의 소멸은 '정든 마을이 사라진다' '지방 사람들의 박탈감이 심하다'는 안타까움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국토의 효율적 사용을 넘어 생존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저희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지방의 위기가 곧 나라의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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