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열풍에 '주식 예능' 상한가..."전문가 맹신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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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열풍에 '주식 예능' 상한가..."전문가 맹신은 위험"
'개미는 오늘도 뚠뚠'·'말년을 행복하게' 등 개미들의 '주식 입문기' 인기
주식 용어 종목 선정 기준 등 주식 정보 유용
“예능까지 주식 안하면 뒤쳐져 분위기 조성 경계해야"
  • 안정호 기자
  • 승인 2021.01.12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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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M 웹예능 '개미는 오늘도 뚠뚠', MBC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말년을 행복하게' 화면 갈무리.

[PD저널=안정호 기자] 주식 시장이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주식 예능' 프로그램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개미 4인방의 주식 도전기를 그린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누적 조회수 500회를 넘기며 시즌2 방송을 이어가고 있고, MBC도 지난달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말년을 행복하게>을 선보였다.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내놓은 주식 예능은 투자를 했다가 쓴맛을 본 비전문가들이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기존의 주식방송과 다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의 노홍철은 '주식 실패의 아이콘'으로 꼽히고, 딘딘은 '단타' 전문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형적인 '개미'였다. <말년을 행복하게> 출연자인 웹툰작가 이말년도 '주식 차트가 이뻐서 샀다'고 말할 정도로 '주알못'(주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를 연출한 박진경 카카오M CP는 “주식이라는 다루기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논의를 하다 단순히 돈을 벌고 잃는 선정적인 부분보다는 투자 혹은 경제 교육의 부재라는 포인트로 접근해보자하고 가닥을 잡던 와중 전국민이 아는 손실 스토리의 주인공, 노홍철 씨와 함께 하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주식예능의 재미는 주식에 관심만 있는 '주린이'를 대변한 출연자들이 '내돈내산' 주식 투자를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데서 나온다. 출연자들이 PER(주가수익비율) 등 기본적인 주식 용어부터 재무재표 보는 법을 익히고, 종목 선정의 기준을 배우는 과정은 주식에 입문하려는 시청자들에게도 유익한 정보다.  

규제를 덜 받는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됐기 때문에 방송에선 구체적인 종목 이름도 수시로 등장한다. 박 CP는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주식이라는 아이템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데, 기업 이름, 브랜드조차 직접 언급하지 못하는 방송 환경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미는 오늘도 뚠뚠>의 탄생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이 주식 열풍을 타고 얼굴이 알려진 전문가들이 출연자들에게 조언을 하는 형식을 띄고 있어 전문가들 발언을 '과대포장'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 출연 중인 펀드매니저 출신인 유튜버 '슈카'는 최근 MBC <라디오 스타>에도 얼굴을 비추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고,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tvN <월간 커넥트> 고정 출연진에 합류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유수진 자산관리사 등도 최근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신축년 부자되기 프로젝트' 편에 출연해 '부자 되기 노하우'를 전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주식 예능’을 통해 일반인들이 금융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예능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식 전문가들이 (투자의) 메시아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매체에서 (주식을) 계속 다룰수록 ‘누구나 다하는’ 투자를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풍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제작진은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엔 소재로 채택되지 않던 교양형 정보들이 최근 예능 소재로 쓰이면서 주식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등 검증되지 않거나 검증되더라도 100% 장담할 수 없는 정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출연자들이) 직접 투자해 수익을 내는 이야기가 드라마틱하지만 나도 저렇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투기 조장은 '주식 예능'을 선보이고 있는 제작진도 주의하는 지점이다. <말년을 행복하게>의 황재석 PD는 “재테크 활성화로 주변에서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식의 소문을 듣고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고, 막연히 주식에 대해 투기나 사행성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제작진과 출연진들도 프로그램이 사행성을 조장하면 안된다는 점을 항상 유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황재석 PD는 “주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불확실한 정보나 도박성 투자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시청자들이 허황된 꿈을 쫓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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