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까지 갖춘 AI가 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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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예술에 도전한 '넥스트 램브란트'...문화예술 영역도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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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은미 KBS PD] 보도를 통해 4차 산업 시대에 사라질 직업 목록을 볼 때면 마음이 착잡하다. 창의와 감성이 요구되는 직업은 살아남는다고 하니, PD라는 업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안도할 수는 없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도 충격이었지만,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 소식을 들었을 때는 문화예술 영역도 얼마든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걱정이 따라왔다. 

2016년 ‘넥스트 램브란트’가 첫선을 보였을 때, 사람들은 350년 전에 죽은 화가가 되살아났다고 생각했다.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옮긴 듯한 처음 본 작품이었다. 사실 이 그림의 화가는 인간이 아니고 인공지능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와 네덜란드의 미술관이 컴퓨터에 “램브란트 화풍으로 수염 있고 검은 옷을 입은 30대 백인 남자를 그려라”는 명령을 입력했다. 인공지능은 영화, 음악, 미디어에서 자료를 수집해 18개월 만에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공포와 불안감은 무지에서 온다고 했던가. 도대체 인공지능이 뭐길래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는지 지난 몇 달간 꾸역꾸역 자료를 찾아봤다. 뼛속까지 인문계 고등교육과 문과대학 지식으로 채워진 필자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주시길 바란다. 

인공지능의 원리는 결국 경우의 수와 확률 계산이다. 강아지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세 개의 다리 중 어느 다리를 다음 스텝에 내디뎌야 넘어지지 않는지 계산하기 때문이다. 중심을 잃지 않을 확률이 가장 높은 다리를 선택한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간다. 이 과정을 빠르게 계산하고 실행을 반복하면 강아지 로봇의 걸음마가 되고 더 나아가 귀여운 춤을 추는 로봇의 추임새가 되기도 한다.  

'넥스트 램브란트'(2016)
'넥스트 램브란트'(2016)

인공지능의 확률 계산은 요즘 세간의 관심사, 주식 시장에도 적용된다. 퀀트의 세계다. 퀀트는 수학과 통계에 기반을 둔 초단타 트레이딩을 하는 전문가들을 말한다. 2010년 전후로 등장한 이 금융공학자들은 컴퓨터로 알고리즘을 짜서 최적의 수익을 내는 종목을 찾아내고, 마이크로초 단위로 투자한다. 이들의 알고리즘으로 개발과 속도 경쟁 과정을 보면 별나라 이야기 같고 짜릿하다. 

인공지능의 지치지 않는 체력과 속도는 놀랍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인공지능은 과거에 생존한 예술가를 따라 할 수 있지만, 아직은 독창적이지 않다. 퀀트의 알고리즘 역시 과거의 자료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낼 수는 있지만, 무의미하거나 엉뚱한 자료가 포함되어 계산에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이 개입해 알고리즘을 보완하고 수정해 줘야 한다.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할 인간으로서 가장 안심되는 것은 인공지능이 과거의 것들을 분석하는 데에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지만, 미래는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아이들이 기존에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새 파일럿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데까지 도달할 지는 미지수다. 당장 PD 일자리를 인공지능에게 빼앗길 것 같지 않아 안심이다. 

그럼에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들이 인공지능으로 소비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하고, 개별 시청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시청자나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럴 때일수록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통찰과 고견을 프로그램에 담는 초심의 마인드에 다다르게 된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관찰하고 스스로 의견을 내는 미래가 온다면, 그 때가 PD와 인공지능이 경쟁을 해야 하는 타이밍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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