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비정규직, '무늬만 프리랜서...'방송근로자'로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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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재학 PD 대책위, 1주기 토론회 열고 방송사 비정규직 현주소 점검
"청주방송 비정규직 실태 보니, 쉽게 쓰고 쉽게 버려지는 현실"

2일 유튜브에 생중계 된 이재학 PD 1주기 토론회
2일 유튜브에 생중계 된 이재학 PD 1주기 토론회

[PD저널=이재형 기자] 청주방송과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다가 세상을 떠난 故이재학 PD 1주기를 맞았지만,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방송계 비정규직 실태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현실에서 법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 PD 1주기를 이틀 앞둔 2일 토론회를 열고 방송계 프리랜서 종사자들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을 전했다.

지난해 이재학 PD 사망사건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김유경 들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CJB청주방송 비정규직 실태를 살펴보니 법 테두리 밖의 비정규직은 필요에 의해 쉽게 쓰고 쉽게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유경 노무사는 “3년 동안 비정규직이 44명 파견돼 이중 현재 16명만 재직 중이다.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난 건데, 파견법은 1+1, 즉 2년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작가가 생방송 FD 역할을, 운전기사가 오디오맨 업무를 맡았는데, 다른 지상파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청주방송에서 14년 동안 일했던 이재학 PD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회사 측이 강제조정문을 받아들이지 않아 아직까지 법원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의 관리 감독을 받으면서 사실상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비정직 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프리랜서 작가라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는 게 아니며 방송사의 한 팀원으로서 주어진 역할 아래 움직인다”며 “그러나 방송사는 프리랜서의 ‘근로자성’을 부인, 작가의 권리를 전혀 보호하지 못하는 위탁계약서를 강제하거나 혹은 계약서를 쓰지 않으며 일용직처럼 일급을 준다”고 말했다.

이기범 전국언론노동조합 조직전략국장은 비정규직 실태 파악도 안 되고 있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방송사 프리랜서의 절반 이상은 수입이 최저임금도 안 된다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프리랜서의 계약 실태를 연령, 성별, 직종 등으로 명확하게 조사할 수 있지만 안 하고 있다. 감춰지는 게 더 편하니 보고도 안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법률 전문가들은 방송계 프리랜서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방송산업에 종사하는 자’를 포괄적으로 ‘방송근로자’로 명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행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방송사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에 적용받지 못하고 부당해고나 임금 체불을 신고해도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명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미디어 산업에 다양한 프리랜서가 있지만 실은 방송사에 종속돼 일하고 있다. 그래서 ‘무늬만 프리랜서’라고 한다”며 “프리랜서는 자기 권익을 주장할 때마다 노동자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지만 기업은 노동법상 어떤 의무도 질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공인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김동현 변호사는 “프리랜서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려면 ‘방송노동자’의 보호법제는 용역이나 위탁을 전제한 공정거래나 하도급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등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부터 4일까지를 '이재학 PD 1주기 추모주간'으로 정한 대책위는 토론회에 이어  오는 4일에는 오후 3시 청주방송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추모문화제는 대책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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