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콘텐츠로 구현한 코로나19,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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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콘텐츠로 구현한 코로나19, 어떻게 탄생했나
[제작기] 오는 3월 열리는 ‘2021 SXSW’ 가상영화 부문에 초청받은 EBS VR 콘텐츠 'POISON'
바이러스 복제 순간 이용자 몰입도 가장 높아...VR 기기 보급률 낮지만 의료·교육분야 효과 커
  • 이미솔 EBS PD
  • 승인 2021.02.22 13: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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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열리는 ‘2021 SXSW’ 가상영화 부문에 초청받은  EBS VR 콘텐츠 'POISON'
오는 3월 열리는 ‘2021 SXSW’ 가상영화 부문에 초청받은 EBS VR 콘텐츠 'POISON'

[PD저널=이미솔 EBS PD] 넷플릭스는 최대 경쟁자로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를 꼽았다. ‘디즈니’도 아니고, 어떤 방송사도 아니다. BTS도 ‘다이너마이트’의 첫 안무 버전을 ‘포트나이트’에서 공개했다. ‘포트나이트’는 게임을 넘어 ‘메타버스’(Metaverse)의 대표적인 플랫폼이 됐다.

이제 미디어 시장은 방송사, OTT 끼리만의 경쟁이 아니다. ‘메타버스’와도 경쟁해야 한다. 결국 시청자들의 시간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인 것이다. 앞으로의 방송시장은 더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사 PD 입장에서 걱정이 되는 와중에, 운이 좋게도 VR(가상현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볼 수 있었다. 

<POISON(포이즌)>은 이용자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되어 인간의 몸에 들어가서 세포를 감염, 파괴시키는 과정을 체험하는 콘텐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지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만일 내가 바이러스라면 지금쯤 얼마나 신나는 상황일지 상상했다.

바이러스는 뇌가 없지만, 인간의 몸속에서는 지능이 있는 생명체처럼 영민하게 행동한다. 그 과정을 생생하게 전하고자 했고, VR로 표현하기에 최적의 소재라고 생각했다. 체험을 한 후, 우리의 적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것이 이 VR 체험의 중요한 목표이다.  

 VR 콘텐츠 제작이 기존 영상작업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네모난 프레임’의 소멸이다. 일반 영상은 카메라가 찍은 ‘네모난 프레임’이 존재한다. 프레임은 곧 연출자의 시선이다. 연출자는 이제껏 이 ‘네모난 프레임’을 채우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VR은 ‘네모난 프레임’이 없다. 그저 나를 둘러싼 ‘공간’만 있을 뿐이다. 즉 연출자가 주관하던 시선을 관람객에게 넘겨준 것이다. 따라서 연출을 고민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이 ‘공간’을 디자인하는 시간이었다.

POISON에서의 공간은 크게 3부분이다. 바이러스와 인간이 만나는 공간(엘레베이터, 공항), 인간 몸속의 기관지, 기관지의 세포 내부. 공간 디자인의 어려웠던 점은 바이러스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의 풍경을 상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적 팩트와 상상력이 어우러진 공간이 창조됐다. 

바이러스와 인간이 만나는 공간인 공항을 바이러스 시점에서 표현한 이미지.
바이러스와 인간이 만나는 공간인 공항을 바이러스 시점에서 표현한 이미지.

기존 영상 작업에서는 ‘네모난 프레임’에 어떤 것을 담아서 ‘보여줄까’를 고민했다면, VR에서는 이 ‘공간’에서 어떤 것을 ‘체험시킬까’로 변했다. 공간 디자인이 먼저 되고 나면, 그 안에서 관람객이 그 공간과 어떤 ‘상호작용’을 했을 때 더 몰입이 될지를 고민한다.

관객을 더 능동적으로 만들수록 공간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POISON에서 사람들이 가장 몰입하는 장면은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 속에서 복제를 시작할 때였다. 이용자는 자신의 손을 이용하여 직접 RNA 복제를 해야 한다. 복제를 더 많이 할수록 빨리 세포를 찢고 나갈 수 있다. 바이러스를 직접 복제한다는 점에서 죄책감이 약간 들지만, 복제하는 능동적인 행동은 재밌어서 ‘길티 플래져’를 유발한다.

 VR 콘텐츠를 처음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다루는 툴의 생소함이었다. 방송 제작에 파이널컷과 프리미어가 있는 것처럼, VR에는 유니티 소프트웨어와 언리얼 엔진이라는 양대 산맥이 있다. POISON은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되었다. 언리얼 엔진은 이용자의 행동에 따라 프로그래밍으로 움직이는 게임 시스템이다. 영상 편집 하듯이 타임라인에 얹어놓고 편집하는 방식이 아니다. 타임라인 창이 아닌, ‘노드’들의 향연인 편집창을 바라보며 생소한 방식에 애를 먹었다.

사운드 편집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용자가 ‘공간’에 서있다 보니 사운드는 무조건 이용자를 둘러싼 서라운드로 들려야 한다. 물체가 뒤에 있으면 뒤에서 소리를 내야하고, 이동 방향에 따라 사운드를 내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사운드 믹싱 방식은 사용 할 수가 없고, 공간의 물체들에 각각 사운드를 달아주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언리얼 엔진으로 작업하고 있는 화면.
언리얼 엔진으로 작업하고 있는 화면.

능동적인 관람 방식 때문에 VR 콘텐츠는 일반 영상보다 몰입감이 뛰어나다. 요새는 시장을 선도할 만한 콘텐츠들도 많이 나왔다. 잘 만든 VR 콘텐츠로는 <Spheres : Songs of Spacetime>, <The Book of Distance> 등이 있고, 독보적인 퀄리티의 VR 게임으로는 <Half Life : Alyx>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낮은 HMD(Head mounted Display)의 보급률이다. HMD가 있는 사람들만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보니, 유통 경로가 매우 좁다. 그래서 대중적인 콘텐츠를 VR로 제작해 보급하는 것은 아직 한계가 있다. 하지만 특정 목적을 가진 콘텐츠로 적절한 유통망을 노린다면 아주 효과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의료용 훈련 목적을 가진 VR을 관련 기관에 보급하면 높은 교육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당장의 HMD 보급률을 낮더라도 이러한 기술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필요해 보인다. HMD의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서 매년 성능은 두 배로 좋아지고 가격은 점점 싸진다.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메타버스’와 ‘VR’이 융합된다면, 2045년을 그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처럼 모든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콘텐츠도 가상현실에서 볼수 있게 된다. 

2045년까지 안 가더라도 VR과 같은 기반의 기술을 이용하는 AR, XR을 TV 콘텐츠에 접목할 기회는 많아 보인다. 특히 최근에 XR(확장현실) 스튜디오들이 생기고 있는데, 코로나 시대에 스튜디오 촬영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콘텐츠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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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호 2021-02-22 21:46:23
어디서 다운 받을 수 있나요??? 직접 해보고 싶은데. 오큘러스 퀘스트2 에서도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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