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마피아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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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마피아는 멀리 있지 않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악을 응징하러 온 마피아 변호사의 맹활약
현실의 견고한 카르텔 연상되는 블랙 코미디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3.1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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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tvN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는 코미디다. 풍자 블랙코미디. 박재범 작가는 이 장르의 베테랑이다. KBS <김과장>을 통해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과장(남궁민)이 어쩌다 노동자들을 구원해줄 영웅이 되어 대기업의 부정과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볼 때부터 알아봤다. 이 작가는 현실을 비틀어 풍자적 웃음으로 빚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걸.

그리고 확인했다. SBS <열혈사제>에선 사제가 나서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주먹을 불끈 쥐고 조폭, 정치인, 법조인, 경제인의 카르텔과 싸워나가는 대목에서, 이 작가가 가진 현실 인식이 얼마나 냉소적인가를.

<빈센조>는 <열혈사제>에서 사제가 사투를 벌였던,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위해 만들어낸 카르텔과, 이탈리아에서 온 마피아 변호사가 대적해 싸우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물론 <김과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이 굉장한 정의의 사도이거나 그렇지는 않다. 빈센조(송중기)는 금가프라자의 지하에 숨겨져 있는 금괴를 찾아 은퇴하려 잠깐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지만, 어쩌다 그 상가를 폭력으로 갈취하고 재개발하려는 세력과 싸우다 영웅이 된 인물이다.

다만 <열혈사제>의 이영준 신부(정동환)처럼, 이런 정의 구현에는 별 뜻이 없던 인물을 그 길로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만드는 ‘선한 존재’가 등장한다. 바로 약자들을 위해 끝까지 싸우는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유찬(유재명) 변호사다. 그의 죽음은 빈센조가 저 카르텔에 ‘피의 보복’을 시작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니 말이다. 

이처럼 <빈센조>는 그간 박재범 작가가 써온 <김과장>이나 <열혈사제>의 구조를 거의 비슷하게 가져왔다. 물론 구조가 비슷하다뿐이지, 보는 맛은 확연히 다르다. 풍자 코미디가 스토리 자체보다는 현실을 은유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그려지기 때문이다. <빈센조>에는 금가프라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독특한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시트콤에 가까운 상황과 대사들이 드라마의 중요한 분량을 차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명희(김여진)라는 로펌 우상의 부패 변호사와, 바벨그룹의 허수아비 바지사장 장한서(곽동연) 그리고 정재계, 언론, 검찰에 걸친 카르텔을 이끄는 바벨그룹의 진짜 회장 장준우(옥택연) 같은 만만찮은 악당들이 등장한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tvN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tvN

법무법인 지푸라기는 그 이름에도 담겨 있듯이 갈 곳 없는 약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오는 곳. 홍유찬 변호사는 그래도 법의 테두리에서 저 거대 카르텔과 맞서 약자들을 대변하려 하지만, ‘지푸라기’에 힘이 있을 리 없다. 결국 빈센조가 나선다. ‘마피아들도 하지 않는’ 그런 짓들을 하는 카르텔과 맞서기 위해서는 ‘마피아의 방식’을 써야 한다며.

바로 이 지점이 빈센조 같은 마피아 변호사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마피아보다 더한 카르텔과 맞서는 마피아. 그 상황은 고스란히 우리네 현실의 그림자를 끄집어낸다.

돈과 권력만 있으면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법의 힘을 빌려 오히려 살아남는 저 강력한 카르텔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신문지상에서 보던 현실의 이야기가 아닌가. 엄청난 부정을 저질러도 막강한 변호인단을 꾸려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나는 회장님들과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가 산재 처리조차 받지 못하게 만드는 법과 정재계의 교묘한 공조가 그렇다. 

마침 최근 벌어진 LH 사태는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보여준다. 부동산 개발의 내부 정보를 미리 입수해 투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받는 이 사건은 결코 몇몇 사람의 일탈이 아닌 보다 조직적인 거대한 그림자가 느껴진다. 이러니 빈센조 같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인물의 다소 황당할 수 있는 맹활약이 십 년 묵은 체증이 가실 정도의 통쾌함으로 느껴질밖에.

그래서 깔깔 웃으며 통쾌해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우리의 마음은 착잡해진다. 최근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은 이제 집 한 채 갖기 위해 평생 빚쟁이가 되어 살아야 하는 현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빈센조>에서는 처절하게 응징되지만, 현실에서는 늘 건재하게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카르텔이 만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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