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손지인 기자] “쿠팡의 노동 환경 문제를 다룬 보도가 10건 정도 나가면, 이후 쿠팡 반박 자료를 받아쓴 기사가 30건 정도 쏟아진다. 여전히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결과다.” (권영국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 공동대표)
시가총액 7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미국시장에 안착한 쿠팡이 국내 노동계와 언론계에선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쿠팡은 최근 1년 동안 노동자 7명이 숨지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기자들을 상대로 연달아 소송을 제기해 원성을 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1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략적 봉쇄 소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쿠팡은 지난해 7월 천안목천물류센터 식당 하청업체 노동자의 심정지 사망사건을 보도한 대전MBC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데 이어 <일요신문> <프레시안> 등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팡이 해외 증시 상장에서 엄청난 돈을 쌓아올린 밑바닥에는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보도한 언론에 눈과 귀를 가리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영국 공동대표는 “쿠팡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난방도 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밝히는 데 언론의 큰 역할이 있었지만, 쿠팡의 노동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 10건이 나가면, 쿠팡의 반박 보도가 30건이 쏟아진다. 여전히 자본의 입장에 대변하는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영국 대표는 “거대 자본의 전략적 소송 때문에 절대 위축되지 마라”며 “언론을 향한 거대 자본의 공격에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쿠팡이 고소한 김 아무개 대전MBC 기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관련 언급은 피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노동 보도에 소극적이었던 언론이 2018년부터 산업재해사건을 적극 보도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에 기여했다”며 “하지만 쿠팡을 비롯한 물류·택배업계 노동자들의 반복된 죽음엔 여전히 뒤늦게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쿠팡 문제도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언론을 향한 쿠팡의 전략적 봉쇄에 움츠리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쿠팡 행태를 알리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비판적 언론사와 기자를 향한 명분 없는 ‘재갈 물리기’ 대응을 당장 멈춰라”고 요구하면서 “언론의 입을 ‘봉쇄’할 시간에 극심한 노동환경부터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쿠팡 홍보팀 관계자는 언론인을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