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괴물·악령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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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괴물·악령이 몰려온다 
넷플릭스 '킹덤' '스위트홈' 성공 이후 안방극장 장악한 크리처물
SBS '조선구마사'에 이어 KBS '대박부동산' OCN '다크홀' 방송 예정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3.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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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방송을 시작한 SBS '조선구마사'
지난 22일 방송을 시작한 SBS '조선구마사'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시대의 변화는 드라마 장르 흐름도 바꾼다. 로맨스물보다 하위 장르로만 여겨진 크리처물, 오컬트물 등이 드라마의 중심부로 입성하고 있다.

로맨스물은 삼각 혹은 사각 인물 구도로 긴장감의 강약을 살릴 수 있는 만큼 자주 편성됐지만, TV 콘텐츠 소비가 다양해지면서 전형적이고, 느슨한 스토리 전개로 반응이 시들한 경우가 종종 나타났다. 이에 반해 대규모 제작비 투입을 바탕으로 제작된 넷플릭스의 조선 시대 좀비물 <킹덤> 시리즈와 크리처물 <스위트홈>의 흥행은 장르만으로 화제성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통 판로에서도 꾸준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국내 드라마 판도에도 변화의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 

SBS는 지난 22일 처음으로 크리처극 <조선 구마사>의 포문을 열었다. <조선 구마사>는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을 표방하고 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킹덤>과 겹쳐 보이지만, 왕과 대군들의 각기 다른 욕망으로 얽힌 관계, 구마 의식을 선보이며 차별화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대규모 제작비를 투자한 방송인만큼 첫 회를 19세 이상 시청가에 70분으로 편성했다.

극 초반 태종이 악령에게 영혼을 지배당한 생시들과 혈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지상파 방송에서 접하기 어려운 수위로 묘사되며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았다. 그 결과 첫 방송은 5.7%-8.9%(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다만, 드라마가 창작에 의한 허구라는 제작진의 발표에도 부족한 역사 고증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내달 방영 예정인 KBS 2TV<대박 부동산>은 엑소시즘과 코믹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공인중개사인 퇴마사가 퇴마 전문 사기꾼과 한 팀이 되어 흉가가 된 부동산에서 원귀나 지박령을 퇴치하고 기구한 사연들을 풀어주는 생활 밀착형 드라마다.

4월 24일 방송 예정인 OCN '다크홀'
4월 24일 방송 예정인 OCN '다크홀'

OCN에서는 내달 방송되는 토일 드라마 <다크홀>에서 ‘변종인간’을 다룬다. 싱크홀에서 나온 검은 연기를 마신 변종인간 사이에 살아남은 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다. 이밖에 넷플릭스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지옥>이 대기 중이다. 세상의 혼란을 틈타 집단적 광기와 초자연적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심령 오컬트물 <지옥>은 연상호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그간 방송가에서 하위 장르로 여겨져 편성되기 어려웠던 소재의 작품들이 하나둘씩 시청자 곁을 찾아가고 있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이고 초자연적 현상, 귀신‧악령을 물리치는 퇴마하는 행위, 혹은 괴이한 생명체를 극의 구심점으로 삼은 드라마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서스펜스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구 시청이 아닌 개인이 골라보는 시청패턴과 함께 드라마 속 인물들이 제한된 시공간에서 겪는 고난과 공포는 시청자의 몰입감을 높인다. 

좀비물이나 크리처물의 이야기 줄기를 들춰보면 괴물이나 악령이 지배한 세상에서 도덕적 위기에 직면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밀당’하는 로맨스물보다 상대적으로 주인공이 겪는 사건의 낙차가 훨씬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주인공의 목숨을 위협하는 대상이 낯선 타인이나 처단해야 할 적이 아닌 내 곁의 가까운 누군가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물들은 본연의 인간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거나 자신도 몰랐던 비틀린 욕망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는 드라마의 서사뿐 아니라 인물들을 풍부한 감정선이 생기도록 추동한다. 

이렇듯 방송계 드라마 장르의 다양화는 안방극장에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이야기의 다채로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과연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디딤돌일지, 좀 더 나아가 종말을 맞이한 세계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나 ‘디스토피아’를 그린 세계까지 뻗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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