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손지인 기자] 한 대형마트에서 조두순으로 보이는 남자를 목격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이 가짜뉴스로 판명되자 사실 확인 없이 받아썼던 언론사들이 기사를 삭제했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시간 조두순 마트에 떴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쇼핑 카트 안에 소주 한 박스를 넣은 채 영수증을 보고 있는 남자가 조두순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발목에 전자발찌가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언론은 목격글 속 사진을 그대로 실으며 사진 속 남성을 조두순으로 단정지어 보도했다. <소주·전자발찌...실시간 마트에 조두순 떴다>(서울신문) <조두순 '소주 박스 구매' 목격담에…누리꾼 "정신 못 차렸나">(쿠키뉴스) <"조두순 마트에 떴다"..전자발찌 차고 술 구입했나>(파이낸셜뉴스) <조두순 한 대형마트서 소주 한 박스 구매…누리꾼들 ‘걱정 불안’>(뉴스핌) 등 기사에는 엇비슷한 제목이 달렸다.
하지만 이는 가짜뉴스였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을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두순을 보호관찰하는 안산준법지원센터에 확인한 결과 '해당 시간대에 조두순이 외출한 사실이 없고, 최근 3개월간 외출한 적이 없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사진에 찍힌 부부가 자신의 장인 장모라는 작성자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사진 속 인물은 평생 일만 하시다 은퇴하시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시는 우리 장인어른, 장모님"라며 "우리 두 부부가 1년동안 들어와 사는데 저희 먹을 술 쟁겨두신다고(소주 한 박스를 사셨다). 쓰고 계신 모자와 노란 운동화 모두 제가 사드린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커뮤니티부터 시작해서 정보확인도 하지 않은 기레기들. 더이상 퍼나르시지 말고 혹시나 글을 본다면 아니라고 적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글에는 사진 속 남성이 착용했던 모자와 신발 인증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가짜뉴스로 밝혀지자 사실 확인 없이 목격글을 베껴썼던 언론사들은 기사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서울신문>은 이전 기사를 삭제하고 <조두순 마트서 소주 구매…경찰 “목격하지 못했다”>는 제목으로 경찰의 입장을 실었다. 파이낸셜뉴스 역시 <"조두순이 아니라 저의 장인장모입니다" 사위는 호소했다>를 보도하며 이전 기사를 삭제했다.
하지만 애먼 사람을 조두순으로 만든 보도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사진 속 부부의 사위라고 밝힌 작성자는 글에서 "지금 우리 장모님은 심장이 떨리고 손이 떨리셔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계신다"며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생길 수 있는 것에 다시 한 번 지금 이 시대의 공포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 게시글에는 "기사 쓴 언론사에 꼭 알려서 정정보도 요청하라", "애먼 사람 잡는 것도 정도가 있지",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거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기사 내는 기자들 몽땅 고소하라"는 댓글이 줄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