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칭찬에 취한 ‘국뽕’ 예능, 유효기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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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인종차별" 오역 논란에 '윤식당2' 영상 삭제
한국음악·영화 등 위상 높아졌는데...여전히 서구권 인정 갈구하는 예능
"비슷한 포맷 외국인 예능 반복되면 시청자 흥미 떨어질 수도"

출처: tvN '윤식당2' 화면 캡처
출처: tvN '윤식당2' 화면 캡처

[PD저널=김승혁 기자] '인종차별' 발언 오역이 뒤늦게 알려진 tvN <윤식당2>는 3년 전에 오역을 인지하고도 왜 지금까지 클립영상을 방치했을까. 최근 종영한 <윤스테이>의 시청률 하락은 <펜트하우스>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자부심이 높아지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외국인 활용 방식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체험이나 문화적 차이를 좁힌다는 의도를 내세우면서도 여전히 '국뽕'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3년 전 종영한 <윤식당2>가 외국인 출연자의 발언을 왜곡해 자막을 달았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스페인의 휴양지 가라치코에 차린 '윤식당'을 방문한 외국인 손님이 이서진 등의 남성 출연자들을 보고 '여기 게이 한국 남자들이 있네'라고 한 발언에 '잘생긴 한국 남자들이 있다'는 자막을 단 게 문제가 됐다. "아시아인 외모에 편견을 둔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작성자의 주장이 공감을 얻으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CJ ENM측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하지만 CJ ENM은 티빙(TVING) 등의 OTT에는 3년 전에 이미 오역 문제를 인지하고 수정 영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클립영상은 왜 그대로 방치했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윤식당2> '오역 자막'은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과 맞물려 주목을 받은 측면이 크지만, '이른바 '국뽕 예능'에도 화두를 던졌다. 

<윤식당>과 최근 종영한 <윤스테이> 등 외국인이 출연하는 예능은 대부분 한국문화를 접한 외국인의 반응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JTBC <비긴어게인> tvN <현지에서 먹힐까>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을 보면 한국 음악과 한식을 접한 외국인들의 칭찬과 놀라워 하는 반응이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문제는 주로 미국과 유럽 등이 해외 촬영지로 등장하고, 서구권 외국인들의 출연 비중이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서구권의 인정을 갈망하는 정서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지난 2일 종영한 <윤스테이>도 한옥 숙소에 묵은 외국인들의 국적을 보면 서구권 손님들의 비중이 높았다. 네팔‧인도‧몽골‧필리핀 출신 외국인이 회당 1팀꼴로 나와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엿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영국‧이탈리아‧캐나다‧프랑스 등 서구권 손님들이 다수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9년 외국인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분석한 조사에서 여행 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에는 서구권 출신의 이주민이, 한국생활에 어려움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에선 동남아권 출신의 이주민이 주로 등장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들이 (인종 차별적 발언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라서 <윤식당2> 오역 논란을 두고 ’국뽕‘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는 것 같다“며 ”콘텐츠에 대해 ’국뽕‘이라고 단정하는 것에 대해선 기준이 필요하고, (외국인이 출연하는 방송의 경우) 타인의 문화를 존중하는 시각을 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의 음악·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외국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과는 다르게 우리 스스로가 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의식이 싹 틔우면서 ‘왜 남의 시선에 의존하냐’는 논의가 시작된 것 같다”며 “<윤식당> 시리즈 이후에도 비슷한 포맷이 반복된다면, 신선함이나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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