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김어준 없는 TBS’ 밀어붙일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어준 "오세훈 시장 시절 TBS 홍보방송 인식...덕분에 독립"
서울시장, 출연기관 TBS 인사·예산·감사 등 권한 있어
'보도 시사 기능' 문제 삼아 TBS 흔들기 지속 가능성

TBS 사옥의 모습.ⓒ김성헌
TBS 사옥의 모습.ⓒ김성헌

[PD저널=박수선 기자] 오세훈 시장이 10년만에 서울시로 돌아오면서 지난해 서울시에서 독립한 TBS가 중대기로에 섰다.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이 4‧7 재보선 기간에 엄포를 놓은 대로 TBS ‘재정축소’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 등의 압력을 실제 행사할지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TBS를 향해 “시사 보도를 뺀 교통방송만 하라”고 요구하는 등 <뉴스공장>의 불공정성 등을 여러차례 지적했다. 여기에 맞서 <뉴스공장>은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해 오 시장이 측량 현장에 있었는지를 두차례에 걸친 제보자 인터뷰 등을 통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가짜뉴스공장” “뉴스공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국민의힘은 TBS 측을 상대로 법적 대응 등을 벼르고 있다. 

김어준씨는 8일 <뉴스공장> 방송에서 “(어제) <뉴스공장> 막방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라는 농을 던지면서 “오세훈 시장 시절에, TBS를 홍보방송으로 인식했는데 그 덕분에 시장의 영향력으로부터 TBS가 독립하는 구조가 꾸준하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TBS가 서울시에서 독립 미디어재단으로 떨어져 나온 데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을 시장이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출연기관인 TBS에 인사와 예산, 감사 등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장은 TBS 대표이사의 최종 임명권자로, 임명‧해임 권한을 갖는다. TBS 정관을 보면 시장은 대표이사 등 임원이 재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재단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해임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가 부결할 경우 해임안이 통과될 수 없는 구조라서 시장이 쉽게 꺼낼 수 없는 카드라는 의견이 많다.     

TBS에 출연금을 줄이는 식으로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상업광고가 금지된 TBS는 서울시 출연금이 전체 예산의 70% 이상 차지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출연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TBS를 옥죌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예산안 심의 의결권한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구도를 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서울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라서 시장의 뜻이 관철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8일 라디오와 유튜브 등을 통해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갈무리.
8일 라디오와 유튜브 등을 통해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갈무리.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TBS에 대한 감사 등을 실시할 수도 있다. 법에 따라 서울시장은 TBS 인사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와 3년마다 업무 회계‧재산에 관한 검사권한을 갖는다. 인사감사는 주로 ‘채용비위’가 대상이고, 회계 검사는 3년 주기라서 1년 2개월 남짓한 임기 동안 오 시장이 추진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장의 영향력 행사에 여러 제약이 있지만, ‘시사‧보도’ 기능을 문제 삼은 TBS 정체성 흔들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뉴스공장> 등의 시사 프로그램을 없애고, 예전 교통방송 시절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꾸준하게 나왔다. 

최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전문편성사업자인 TBS의 시사 보도는 불법"이라는 주장을 거듭 펼쳤다.   

TBS는 지난 6일 낸 입장자료에서 “2020년 방통위가 배부한 TBS 방송허가증에는 ‘교통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이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반박하면서 “입법 미비로 TBS를 ‘전문편성사업자’로 규정하는 건 명확치 않다”는 입법조사처의 화답 내용을 덧붙였다.  

입법조사처 회답 내용에 따르면 2000년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특수목적사업자’라는 용어가 사라졌고, 대신 케이블 채널을 규정하기 위해 보도 프로그램 편성이 불가능한 ‘전문편성 사업자’라는 개념이 들어왔다. 국민의힘 측은 ‘보도전문PP를 제외한 전문편성 방송사업자는 보도를 할 수 없다’(방송법 시행령 50조)는 조항을 들어 TBS의 시사보도가 불법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방송통신위원회도 교통방송(현 TBS)와 종교방송 등의 시사 보도프로그램을 ‘유사보도’로 지칭하면서 손을 대려고 했다가 ‘언론 길들이기’라는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다. 

이후 방통위는 TBS와 종교방송의 시사보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사 보도를 해왔던 연혁과 ‘방송사항 전반’으로 허가를 받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TBS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허용된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뒤 TBS 임직원들은 말을 아끼면서 TBS 관련 정책의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TBS 한 관계자는 "독립 법인으로 나왔지만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서울시장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오세훈 시장 측이 (선거기간 말했던 입장과 계획을) 실제 행동에 옮기면 회사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