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사이코패스에게 감정이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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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사이코패스에게 감정이 생긴다면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속 드러난 작품의 비판의식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4.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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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수목드라마 '마우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사이코패스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사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의 최란 작가는 기획의도 속에 사이코패스라는 존재가 어떤 이들인가를 이렇게 적시해 놨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죄책감, 동정심, 측은지심, 후회 같은 감정 자체도 없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참회나 속죄 자체를 기대할 수 없다.” 

바로 이 기획의도에 담긴 사이코패스에 대한 설명은 <마우스>라는 작품을 이 작가가 왜 쓰게 됐는가에 대한 근거와 욕망이 담겨있다. 감정이 없어 참회나 속죄를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이 가해자들을 단죄할 수 있단 말인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말이다.

아동 성폭행범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기가 대폭 단축되어 사회에 다시 복귀하는 현실이나, 연쇄살인범이 따로 있는데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은 작가가 가진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만든다. “후회나 죄책감 없이, 편한 마음으로 살게 되는” 가해자들의 삶이라니!

<마우스>는 그래서 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작품을 통해서나마 풀어내려 한다. 최란 작가는 현실의 법 정의가 단죄하지 못하는 가해자들을 향해 드라마를 복수의 칼날처럼 벼리고 벼렸다.

그 첫 번째 단죄 방법은 정바름(이승기)이라는 ‘바른생활 청년’에게 사이코패스 성요한(권화운)의 뇌를 이식하게 함으로써, 살인 본능이 생겨난다는 설정을 통해서다. 성요한의 뇌가 정바름의 뇌를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누군가 죽여야만 하는 욕망에 휩싸이게 된 정바름은 차라리 ‘죽어 마땅한 이들’을 죽이겠다고 선언한다.

그래서 조두순 같은 실제 사건의 인물을 모델로 삼은 듯한 성폭행범 강덕수(정은표)를 정바름은 피해자들이 당한 것과 똑같이 고통을 줘가며 살해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이춘재를 떠올리게 하는 범죄자도 등장한다. 그 역시 정바름에 의해 잔혹하게 갈대밭에서 살해당한다. 

그런데 이건 작가가 가해자들에게 단죄하는 첫 번째 방법일 뿐이었다. 곧 드라마는 반전을 보여준다. 살인을 저지르며 마치 정의의 사도가 된 것처럼 보인 정바름의 지워졌던 기억이 되돌아오면서다. 정바름은 사실 자신이 진짜 사이코패스였다는 걸 알게 된다. 살인을 하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생겨난 건 그래서 오히려 성요한의 ‘정상적인’ 뇌가 이식되면서 생겨난 것이었다.

여기서 <마우스>는 가해자를 단죄하는 진짜 방법을 드러낸다. 고통이나 후회를 하지 않는 사이코패스의 뇌에 정상적인 뇌를 이식함으로써 자신이 한 짓에 대해 스스로 괴로워하고 후회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제 자신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였다는 걸 알게 된 정바름은, 성요한의 뇌가 이식되면서 고통과 후회 속에 빠져든다. 

오봉이(박주현)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갖기 시작했지만, 그의 할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자가 바로 자신이다. 동료 형사인 고무치(이희준)를 이제 형이라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지만, 그의 친형이었던 고무원(김영재) 목사를 잔인하게 죽였다. 감정이 없던 사이코패스였을 때는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는 일이었지만, 감정이 생겨난 정바름은 되돌릴 수 없는 자신의 죄를 괴로워한다. 그건 마치 죽음을 맞이했던 피해자 성요한이 이제 가해자 정바름의 뇌 속으로 들어와 복수를 하는 것만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마우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범죄스릴러지만, 그 안에는 작가가 가진 현실에 대한 강렬한 비판의식이 담겨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분노는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것일 게다. 많은 사건사고들이 벌어졌을 때마다 우리는 모두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가해자들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우스>는 피해자들을 위한 한바탕 ‘씻김굿’ 같은 상상력의 세계를 그려낸다. 물론 비현실적인 허구지만, 그 상상을 통해서나마 작은 카타르시스와 위안을 얻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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