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전자신문 인수에 '편집권 침해' 불안감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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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 전자신문 인수에 '편집권 침해' 불안감 증폭
전자신문 구성원들 "편집권·생존권 보장 없는 사세 확장 사상누각"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1.05.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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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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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재형 기자] 호반그룹의 지분 인수 결정에 <전자신문> 구성원들이 편집권 훼손과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전자신문지부와 한국기자협회 전자신문지회는 12일 공동 성명을 내고 "(호반그룹의) 기습적 인수소식에 우리는 정체성 훼손, 경영 간섭을 우려한다"며 "호반건설은 전자신문의 편집과 경영에 간섭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사측에 "대주주가 독단적으로 편집국을 흔드는 상황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우리는 지분인수와 사옥 이전 관계없이 어떤 환경과 위치에 있건 편집권과 생존권을 사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최근 KBC광주방송 지분 39.6%와 서울신문 지분 19.4%를 매각하고 <전자신문>의 지분 34%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구원모 <전자신문> 대표이사는 7일 호반그룹을 대주주로 맞이해 사옥을 호반그룹 사옥으로 이전하고 전자신문TV(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문법·방송법은 대기업이 일반일간신문 지분 50%, 지상파 방송사 지분 10% 이상 소유할 수 없게 제한하고 있다. 호반그룹이 대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제한을 받게 됐는데, <전자신문>은 ‘전문일간신문’에 해당해 호반그룹이 과반주주가 될 수도 있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과거 <서울신문>에 투자할 때 애초 경영권이 목적이었는데, 지분을 50% 이상 소유할 수 없게 되자 매각한 게 아닌가 싶다”라며 “<전자신문> 지분 인수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경영권을 목적으로 하는) 맥락은 비슷해 보인다”라고 했다. 

<전자신문> 구성원들은 편집권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편집권과 생존권 보장 없는 사세 확장과 신사업 추진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독자가 원하고 알아야 할 것을 쓰지 못함은 언론임을 부정하는 것이며, 동료의 빈자리는 공허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일 경영진이 설명회 자리에서 밝힌 △편집권과 인사권 독립 방안 △대주주 변경에 따른 사업 확장 투자 계획 제시 △임금 및 처우 개선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노사협의회에서 관련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의 지분 인수에 편집권 침해, 경영 간섭 우려가 나온 배경은 그동안 건설사들이 언론사 주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태영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SBS를 비롯해 청주방송(두진건설 36.22%), G1 강원민방(SG건설 34.5%), 울산방송(삼라 30%) 등 민영방송사의 최대주주에 건설사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중흥그룹, 부원건설, 부영주택도 <헤럴드경제> <브릿지경제><인천일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주주의 권한을 악용, 언론의 보도 기능을 사유화하거나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G1과 JIBS 제주방송은 뉴스에서 대주주의 아파트 분양 소식, 대주주 관련 업체를 홍보해 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각각 법정제재 '경고' '관계자 징계'를 받기도 했다. <뉴스타파>이 지난달 지역민방의 대주주 관련 보도를 살펴본 심층기획에 따르면  청주방송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보도한 뉴스 중에서 50건이 대주주인 이두영 청주방송 회장과 가족 관련 보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간부는 “건설사가 유력 언론사를 하나 인수하면 소속 기자들을 통해 전국의 기자 커뮤니티까지 접근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연고지가 지방인 건설사는 분양 보도자료를 보내도 서울 언론에서 대개 무시해 거액의 광고비를 지불하곤 하는데, 차라리 그 돈으로 언론사를 사는 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환경오염이나 산업재해가 다수 발생해 언론의 지탄을 받기 쉬운 건설사들이 방어 차원에서 언론사를 소유하고 언론의 감시 기능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라며 “이번 <전자신문> 사례도 대기업 자본이 사회공익적 기여가 아닌 부가적 이득을 고려하고 유력 신문을 인수하는 사례가 아닌지 의심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일반일간신문이 아니면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규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전문지가 전문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종합일간지와 유사한 형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신문법은 큰 틀의 변화가 없었다”라며 “미디어 기술과 산업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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