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지 1년 3개월만에 억울함 푼 '청주방송 노동자' 故 이재학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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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지 1년 3개월만에 억울함 푼 '청주방송 노동자' 故 이재학 PD
근로자지위확인소송 2심 재판부 "이 PD 근로자성, 부당해고 모두 인정"
유족 "방송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판결 됐으면"
청주방송 대표 "상고 포기...비정규직 문제 개선 시작점 되길"
  • 이재형 김승혁 기자
  • 승인 2021.05.13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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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
청주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13일 이재학 PD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 PD의 노동자 지위 등을 인정했다. ⓒPD저널

[PD저널=이재형 김승혁 기자] 故 이재학 PD가 청주방송과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다 세상을 떠난 지 1년 3개월만에 법원으로부터 청주방송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청주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13일 이재학 PD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故 이재학이 피고(청주방송)의 근로자였던 점과 부당해고당한 점이 인정된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3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4년 동안 청주방송에서 일했던 이 PD는 비정규직 노동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다가 2018년 프로그램 제작 업무에서 배제되고 해고까지 당했다. 이재학 PD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지만, 2020년 1월 1심 재판부는 청주방송의 손을 들어줬다. 패소 판결을 받은 이재학 PD는 일주일 뒤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1심부터 이재학 PD 측의 법률대리를 맡아온 이용우 변호사는 “1심 소송 과정에서 사측이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고, 법원은 여기에 편승해 진실을 외면하는 1심 판결을 선고했다. 같은 법원에서 사측 행태와 1심 법원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항소심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청주방송 이사진 일부는 고인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측은 상고심을 포기하고, 남은 미이행 합의안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학 PD의 동생인 이대로 씨는 “무려 3년이었다. 형이 그토록 원했던 명예회복이 됐고 억울함이 밝혀졌다. 형이 원했던 대로 형의 말이 모두 진실이었다”라며 잠시 울먹였다. 그는 “형이 바랐던 것처럼 이번 판결이 선례가 돼 전국 방송 노동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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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청주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이재학 PD 대책위와 유족들 ⓒPD저널

청주방송이 상고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소송은 이재학 PD의 승소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식 청주방송 대표이사는 통화에서 "같은 방송계 종사자로서 이재학 PD 사건은 가슴 아픈 일이다. 항소심 판결이 방송가 비정규직 문제 개선의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며 상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재학 PD는 뒤늦게 억울함을 풀었지만, 청주방송을 포함한 방송사들의 비정규직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7월 청주방송이 유가족, 언론노조 등과 맺은 4자 합의 이행과 1심 재판을 방해한 책임자 징계 등은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다. 또 청주방송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작가, PD들에 대한 후속조치도 해야 한다.  

이재학 PD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2020년 7월 23일 대책위과 유가족, 언론노조와 함께 맺은 4자 합의를 충실하게 준수해 이재학 PD를 부당해고하고 1심 재판을 방해한 책임자를 철저히 징계하며,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 환경을 확실하게 개선해야만 한다"며 "앞으로도 청주방송이 올바르게 합의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미디어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선례를 남기고자 했던 고인의 뜻과 유족의 아픔이 치유되는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다행”이라며 “이번 故 이재학 피디 근로자지위인정 항소심 판결이 남긴 과제 또한 선명하다. 이제는 또 다른 ‘억울한’이재학이 더 이상 없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송사들은 여전히 법원 결정을 받아보겠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故 이재학 피디 소송처럼 방송사는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그 과정에서 얻을 건 없고, 실만 남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방송사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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