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올라탄 '세계테마기행'...정교해진 방송사 '창고 방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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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올라탄 '세계테마기행'...정교해진 방송사 '창고 방출' 전략
뉴트로 바람 타고 '전원일기' '인간극장' 등 고전 찾는 1020세대
'전원일기' 지난해 8월부터 웨이브 주간 랭킹 10위권
EBS '세계테마기행' '건축탐구 집' 등..."수익과 노출 확대 기대"
"제작 시점보다 이용자 니즈 부합하느냐가 중요"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05.28 15: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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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EBS '세계테마기행'
지난 8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EBS '세계테마기행'

[PD저널=손지인 기자] 뉴트로 열풍을 타고 옛날 드라마‧예능 등 과거 프로그램의 가치를 돌아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넷플릭스·웨이브 등 OTT는 종영한지 오래된 구작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방송사들은 축척된 영상자료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아키이브를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02년 종영한 MBC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는 지난해 8월 웨이브 주간 차트에 올라온 이후 10개월 동안 차트권 안에 머물러 있다. 이 기간 동안 차트 1위 드라마는 <앨리스> <펜트하우스 시즌1·2> <모범택시>로 바뀌었지만, <전원일기>는 꾸준하게 저력을 발휘했다. 5월 넷째주(5/17~5/23) 차트에서는 <펜트하우스2>를 누르고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전원일기>는 인기 구작인 <순풍산부인과>보다 반응이 좋은데, 이용자가 전년(2020년 5월말 기준)대비 약 70% 증가했다”면서 “이용 패턴을 보면 구작과 신작을 같이 보는 구독자의 만족도가 훨씬 높게 나온다. 앞으로도 이용자들이 찾는 구작들을 방송사와 협업해 최대한 많이 공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원일기>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는 8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1020세대에는 생소한 농촌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뉴트로’에 딱 들어맞는 콘텐츠다. 
  
2008년부터 EBS 대표 교양 프로그램 자리를 지켜온 <세계테마기행>은 지난 8일부터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에피소드가 2개씩 공개되는데, 세계 곳곳을 누비는 여행 체험기가 코로나19 시대에 쌓인 해외여행 갈증을 풀어준다.

집과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EBS 다큐멘터리 <건축탐구 집>도 지난 8일부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최고다! 호기심 딱지> <한글이 야호>는 28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다. 

EBS 관계자는 “유튜브는 수익적 측면보다는 유저들에게 콘텐츠를 노출하려는 목적이 강한 반면 넷플릭스의 경우 수익과 노출 확대를 모두 얻을 수 있다”며 “콘텐츠를 다양한 경로로 공급해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OTT 이용자들이 EBS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5월 넷째주(5월 17일~23일) 주간 웨이브 드라마 차트. ⓒ웨이브
5월 넷째주(5월 17일~23일) 주간 웨이브 드라마 차트. ⓒ웨이브

방송사들이 그동안 쌓아뒀던 콘텐츠에 눈을 돌리게 된 건 이용자들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과거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고, 광고시장 침체를 상쇄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과거 영상에 주목한 측면이 크다.   

SBS <TV동물농장> 유튜브 채널인 ‘애니멀봐’ 구독자수는 397만명으로, 2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MBC 과거 예능 프로그램을 모아둔 유튜브 채널 ‘옛능’(구독자 80.7만명)은 <무한도전>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최고 조회수 950만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채널 ‘SBS NOW’의 <순풍산부인과> 영상에는 “지금 봐도 재밌다”는 추억을 소환한 반응과 “처음 보는데 요즘 프로그램보다 재밌다”는 젊은층의 댓글이 섞여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구작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예전보다 구작을 소비하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마련된 게 중요한 차이”라면서 “광고기반으로 짧은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접근성이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영상을 토대로 기획하는 프로그램도 새로운 제작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KBS는 2018년 서울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88/18>을 시작으로 <오월의 기록> <다큐멘터리 윤여정> 등 다양한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지난 3월 종영한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사를 영상자료와 음악인들의 증언으로 구현해냈다. 

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교양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KBS <모던코리아>의 이태웅 PD는 “각 방송사들이 보관만 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과거 영상이 아카이브 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라며 “아카이브 활용이 유행을 타는 느낌도 있지만, 아카이브를 더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접근법이나 기술은 축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S가 2019년 10월부터 방송한 '모던코리아'의 1부 '우리의 소원은'
KBS가 2019년 10월에 방송한 '모던코리아'의 1부 '우리의 소원은'

KBS는 여기서 나아가 디지털 아카이브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임병걸 KBS 부사장은 지난 23일 열린 수신료 인상 공론조사에서 “인터넷에서 KBS의 콘텐츠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 조직을 혁신하고, 역사, 한국어 등 콘텐츠로 시작해서 더 많은 공익 콘텐츠를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개방하겠다. 5년간 1842억원을 콘텐츠의 디지털 서비스 확대를 위해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사들의 ‘창고 방출’ 전략이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 발굴과 기획 모두 현재성이 관건인 만큼 이용자의 요구와 미디어 환경 변화의 흐름을 잘 읽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OTT 활성화로 콘텐츠가 만들어진 시점보다는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해서 보는 시청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다만 방송사가 이전에 만들어진 모든 콘텐츠가 아닌, ‘요즘도 통할 수 있는 재미 코드’가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야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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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네요 2021-05-28 19:47:01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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