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근로감독 뜻밖의 난항...방송작가 조사 기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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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근로감독 뜻밖의 난항...방송작가 조사 기피 왜?  
고용노동부, 지난 4월 지상파 3사 방송작가 노동자성 파악 근로감독 착수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줄 알았는데, 참여율 낮아"
방송작가유니온 "방송사 내부 '근로감독 좋을 것 없다' 분위기 팽배"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06.02 19: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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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사옥 ⓒPD저널
지상파 3사 사옥 ⓒPD저널

[PD저널=손지인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부터 지상파 3사를 대상으로 방송작가 노동자성 파악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근로감독이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방송작가들의 실태조사 참여율이 저조해 근로감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근로감독에 부정적인 방송사 내부 분위기가 방송작가들의 조사 기피 현상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故 이재학 PD 사망사건과 MBC 방송작가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정 등으로 방송계 비정규직의 문제가 공론화하자 지난 4월 27일 KBS‧MBC‧SBS를 상대로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KBS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MBC와 SBS는 각각 서울서부지청, 서울남부지청이 근로감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방송작가들의 근로자성 판단을 위해 보도‧시사분야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필수적인데, 참여가 저조해 감독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태조사는 감독관이 작가들을 직접 대면해 심층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근로감독에 투입된 한 감독관은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참여율이 낮다”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진행이 순조롭지 않아 내부에서 정한 근로감독 기간보다 빨리 끝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작가들의 조사 기피에는 근로감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방송사 내부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하 방송작가유니온)에 따르면 지상파 근로감독 착수 이후 작가들이 업무 지시를 받는 PD나 메인작가로부터 ‘근로감독 해서 좋을 게 없다’ ‘방송작가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뽑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등의 발언을 들었다는 작가들의 제보가 들어왔다. 

지난 3월 19일 상암 MBC 앞에서 열린 'MBC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 ⓒPD저널
지난 3월 19일 상암 MBC 앞에서 열린 'MBC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 ⓒPD저널

지상파 3사는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방송사 내부에 형성된 암묵적인 분위기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MBC는 감독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초 <뉴스투데이> 작가 2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KBS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방송작가 명단을 감독관에게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방송작가 명단 제출 비협조 주장에 대해 KBS와 KBS 담당 근로감독관은 “근로감독이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방송사에서 방송작가들이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작가들이 용기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또 현재 심층 인터뷰가 1시간가량 걸리는데, 방송작가들이 일을 하는 도중에 1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 등을 통해 설문조사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지청도 원활한 근로감독을 위해 작가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한 청주방송 실태조사에는 3개월이 소요됐는데, 지상파 3사 조사 대상 규모와 실태조사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근로감독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근로감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감독관은 “이번 주 중으로 방송작가 실태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조사 방법을 병행하면서 효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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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_rite 2021-06-03 19:54:55
오랫동안 당해오면서도 입닫고 있는 작가들도 문제예요 지금 나서지않으면 더 심해질텐데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나서야해요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예요

챕스틱PD 2021-06-03 08:42:45
진짜 방송국 다 뒤엎고 드러내야 합니다. 심해도 너무 심한 곳이죠. 내로남불의 절정이 바로 여기 방송국입니다.
사건 사고? 사회 문제? 정치 문제? 노동 문제? 이런걸 다룰 자격이 제일 없는 곳이 방송국인데 제일 많이 다루고있죠.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상대로 하는 사기죠. 정의, 공정따윈 진즉에 개나줘버린 방송국들.
언론개혁이란 말도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본인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더 챙기기 위해 외치는 언론개혁이 아니라 정말 뼛속부터 도려내야하는 아픔을 감당해야 합니다.
썩어도 이렇게 썩은 곳이 없는 곳. 방송국 입니다. 이런 분위기 만들고 쉬쉬하는 것 그런 놈들도 싹 다 잡아다가 매질해야하지만 비정규직, 작가분들도 이제는 남이 해주길 기다리지말고 용기있게 당신들이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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