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신 훼손 영상 중계, 인간 존엄 무너뜨리는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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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영국 '데일리메일' 인용 보도한 뉴스1 등 10여개 매체에 기사 삭제 요구
"하이에나 언론 행태"...신문윤리위원회 등에 심의 요청

2일 인도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보도하면서 들대가 강가에 유기된 시신을 훼손하는 영상을 퍼나른 언론 보도.
2일 인도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보도하면서 들대가 강가에 유기된 시신을 훼손하는 영상을 퍼나른 언론 보도.

 

[PD저널=김승혁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영국 황색언론으로 꼽히는 <데일리메일> 보도를 인용해 인도 강가에 유기된 시신을 들개가 훼손하는 영상을 보도한 뉴스1를 포함한 10여개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민언련은 해당 기사를 '하이에나 언론' 행태로 비판하면서 이들 언론사를 신문윤리위원회와 인터넷신문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민영통신사 뉴스1은 2일 오전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를 인용한 <널린 시신, 들개들 먹이가 됐다…코로나 지옥 인도 처참[영상]>에서 인도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전하면서 들개가 강가에 유기된 시신을 훼손하는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해 보도했다. 뉴스1 보도 이후 연합뉴스 뉴시스 KBS MBN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 <천지일보> <매일신문> 등도 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민언련은 2일 논평을 통해 “주검조차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동물에 의해 시신이 훼손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까지 중계하다시피 하며 인간으로서 최소한 존엄마저 무너뜨리는 언론 보도가 부끄럽고 개탄스럽다”고 규탄했다. 

민언련은 여러 매체가 인용한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대해 “기사 내용을 보면, 해당 시신이 코로나19 희생자인지 밝혀진 바는 없다. 단지 강에 떠내려 온 시신을 들개들이 먹고 있다는 내용과 인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단순 나열했을 뿐”이라며 “또한 인도에서 강에 시신을 유기하는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고, 국내에 처음 보도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보도는 지난해 4월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에도 배치된다. 보도준칙은 “감염 가능성은 전문가의 의견이나 연구결과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한다”고 명시했지만, <뉴스1>은 “현지 주민은 또 ‘코로나19에 오염됐을지도 모르는 물이나 시체를 먹어치운 개들에 의해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까 두렵다’고 말했다”며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옮겨 실었다.

또 이들 매체는 <인도 강에 유기된 코로나19 시신, 들개가 훼손 동영상 ‘참혹’>(KBS), <강물에 떠내려온 시신 먹는 들개...‘코로나 생지옥’>(서울경제) 등 현재 감염병 보도준칙에서는 지양을 당부한 과장된 표현을 제목으로 붙였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이자 마지막 존엄마저 무너뜨리는 주검 훼손 영상을 생중계 수준으로 싣는다는 것은 반윤리적 행태일 뿐”이라며 “‘뉴스1’이 이런 끔찍한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보도하면 다른 언론이 상호 비판해야 하는데, 너도나도 ‘따라 쓰기’ 대열에 합류했고 심지어 공영언론마저 가세했다.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각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면서 "해당 보도를 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등에 심의를 신청하여 그 책임을 묻게 할 것"이라며 "그 전에 언론과 언론인 스스로 윤리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장노력이 선행되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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