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하는 '음방 짜깁기' 콘텐츠, 못 잡나 안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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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 영상보다 인기 끄는 '아이돌 교차편집' 콘텐츠
5초 이내 전환되는 탓에 필터링 '속수무책'
"K팝 경쟁력 팬덤 강화에 긍정적 영향" 평가 혼재

500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린 유튜브 스테이씨 교차편집 영상 갈무리.
500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린 유튜브 스테이씨 교차편집 영상 갈무리.

[PD저널=김승혁 기자] K팝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교차편집’ 영상에 방송사들은 대응을 안 하고 있는 걸까, 못하는 걸까. 
 
여러 음악방송 영상을 짜깁기해 유튜브에 올리는 콘텐츠는 원칙적으로 저작권법 위반이지만, 구글과 방송사들의 저작권 단속을 피해 성행하고 있다. 

'아이돌 교차편집' 영상은 아이돌의 여러 음악방송 무대를 5초 이내로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콘텐츠다. 주로 아이돌 팬들이 제작하는데, 다른 음악방송 영상이지만 이음새가 매끄러워 한 무대 영상으로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2~3년 전에 등장한 '아이돌 교차편집'은 아이돌 입문 통로가 됐다. 최근 방탄소년단 신곡 ‘Butter’의 돌풍과 스테이씨, 에스파, 위클리 등의 ‘4세대 아이돌’ 인기에 힘입어 교차편집 콘텐츠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유튜브에 올라온 스테이씨의 'ASAP 교차편집 영상'은 현재(10일 오후 6시 20분) 누적 조회 수 541만회를 넘겼다. 하지만 이 콘텐츠에 사용한 지상파 3사 음악방송 ‘ASAP’ 영상 조회수는 17만~102만회에 머물렀다.  

하지만 방송사의 영상을 허락 없이 사용한 '아이돌 교차편집 영상'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은 “교차편집 영상은 공정 사용 등에 해당하는 면책 규정에 비춰 봐도 (저작권 침해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며 “음원 수익이 차단된다고 해도 조회 수 등으로 기타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권리를 행사할 것이냐는 방송사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방송사들도 저작권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유튜브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응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 9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8개사의 시정 요구 건수는 8개월 동안 15만 3081건에 달했다. 가장 많은 시정요구를 받은 대상은 유튜브로 88.7%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이돌 교차편집' 영상은 저작권 침해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도 단속하기 어려운 콘텐츠로 꼽힌다. 사용하는 음악방송 영상이 5초 이내로 전환되는 탓에 방송사 자체 모니터링이나 유튜브의 저작권 관리 시스템 ‘CID(Contnet ID)'에서 잡아내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다. 

KBS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내부 시스템이 있지만, 교차편집 콘텐츠는 영상 자체가 짧게 넘어가는 구조라 잘 안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잡아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MBC 관계자는 “유튜브 필터링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이를 회피하는 콘텐츠 형식도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교차편집 콘텐츠를 잡기 위해 과도한 기준을 설정하면 모든 2차 창작물도 저작권 침해에 걸릴 것이고, 그에 따른 시청자들의 불만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튜브 '교차편집' 키워드 검색 시 나오는 교차편집 콘텐츠. 일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유튜브 '교차편집' 키워드 검색하면 나오는 교차편집 콘텐츠. 

'아이돌 교차편집 영상'이 K팝 시장을 넓히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의 강경 대응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악방송을 연출한 한 PD는 "이것(교차편집 영상) 또한 크게 보면 K팝 산업의 경쟁력에 힘을 실어주는 훌륭한 2차 콘텐츠"라며 ”해외 시장과 비교해 봐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의상과 콘셉트 등을 바꿔 나오는 아이돌 무대는 없다. 음악방송 영상의 장점을 총집합해놓은 게 교차편집 콘텐츠"라고 평가했다.

엠넷 관계자도 “대부분의 교차편집 콘텐츠에 쓰이는 영상은 몇 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내부에서는) 애써 잡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를 불법으로 유통한다든가 무대 영상을 통째로 쓰는 게 아니라면 아티스트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종의 팬 문화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교차편집 영상은 아티스트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콘텐츠라서 팬덤 강화에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라며 "방송사들이 저작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홍보 효과와 K팝 팬덤 문화 등을 의식해 과도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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