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은폐 사건 보도 '피해자 강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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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공군 '女부사관' '女중사' 사망 사건으로 규정...2차 가해 혐의자는 '상관'
민언련 "범죄 심각성과 사건 본질 왜곡할 우려가 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뉴시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뉴시스

[PD저널=손지인 기자] 성폭력 피해를 당한 뒤 숨진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군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지만, 언론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강조하는 보도 태도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선임의 요구로 저녁 회식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강제 추행을 당한 후, 부대로부터 사건 무마, 회유 등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사건의 피의자와 2차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상관 모두 구속되면서 초점은 군대 내 ‘조직적 은폐’ 의혹으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언론은 해당 사건을 처음 보도한 날부터 ‘여중사 사건’ ‘이 중사 사건’ 등 피해자 신상을 부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오후 2시 25분)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준, ‘공군 성추행 사건’을 검색한 결과 총 4857개의 기사가 쏟아졌다. <군검찰, '공군 女부사관 성추행' 은폐·회유 의혹 관련자 소환>(아주경제, 6월 3일), <군검찰, '여중사 사망 사건' 관련 압수수색 실시>(한국경제, 6월 4일) 등 피해자를 강조한 제목이 다수다.  

지난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피해자가 여성 중사, 여성 부사관, 공군 부사관이라는 게 아니다. 군인의 생존조차 위협하는 남성 중심 군대문화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군 조직의 조직적 은폐 시도”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사건 본질을 드러낸 명칭은 ‘공군 성추행 은폐사건’ 또는 ‘공군 성폭력 은폐사건’으로 보이지만, 극히 일부 보도에서 쓰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2차 가해 혐의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2명이 구속된 지난 12일에도 <성추행 피해 사망 공군 女중사 회유한 상관 2명 구속>(뉴시스) <군법원 ‘공군 女 중사 2차 가해’ 혐의 상관 2명 구속 영장>(이데일리) 등 제목에 피해자는 성별과 직위까지 명기하고 가해자는 상관으로만 표기하는 보도는 여전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통화에서 “사건명에 (사건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은폐사건’을 포함시켰느냐 안했느냐도 중요하지만, ‘이 중사’, ‘여중사’, ‘부사관’ 등 개인 신상을 구체화하면서 피해자를 특정 짓는 사건명이 가장 문제”라면서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에서도 피해자 보호 원칙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지만, 이 기본적인 것조차도 지키지 않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만든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실천요강’과 2012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모두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상위에 두며 피해자 보호를 중요시하고 있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피해자 신상 중심의 사건명을 쓰는 것은 그동안의 선정적인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조회수를 높이려는 보도 행태라고 생각한다. 사회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로는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언론이 스스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보도준칙이 왜 만들어졌는지 되돌아보면서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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