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11년 만에 천안함 재조명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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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방송에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등 출연...군 상부서 '보고 묵살' 주장

[PD저널=이재형 기자] MBC <PD수첩>이 천안함이 침몰한 지 11년 만에 생존자 증언을 통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갔다. 

MBC는 지난 15일 방송된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편에서 당시 정부와 군 지휘부가 천안함 사건을 은폐·왜곡하기 위해 천안함 대원들의 '어뢰 피격' 보고와 반격 요청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비롯한 천안함 사건 생존자들과 유가족, 군 관계자들이 출연해 밝힌 증언과 비망록, 정부기구 문건이 토대가 됐다.  

최원일 함장은 “46명 부하를 잃은 함장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게 변명 같이 느껴져 11년을 참고 있었지만 (희생자와 생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들을 볼 수 없어 전역 후 언론에 나왔다”고 밝혔다.

'PD수첩' 갈무리
'PD수첩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편' 갈무리

최 함장은 이날 방송에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일행 부대방문 행사 결과' 문건을 최초 공개했다. MB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2010년 8월 천안함과 해군2함대사령부를 방문하고 작성한 문건이다. 

문건은 군 당국이 천안함 피격 전에 북한군의 공격 징후를 포착했지만 군 지휘부가 이를 묵살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의 주장을 담고 있다. △천안함 사건 발생 며칠 전 수중 침투 관련 징후를 인지하고 국방부와 합참에 보고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 △침투 징후를 예하부대에 전파하지 않았음 △상급부대에서 사전 징후를 전파하지 않아 예하부대인 함대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음 등 내용이 골자다. 

그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제2함대사령부가 ‘어뢰 피격’을 누락하고 ‘선체파손으로 침수’로 보고한 것이 드러났으나, 김태영 전 장관 등 군 수뇌부가 보고를 직접 묵살했다는 증언이다. 제작진은 예하부대에 북한군 침투 징후를 전파하지 않은 이유를 묻기 위해 김 전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전쟁기념재단에 찾아갔지만 그를 만나지 못했다.  

제작진은 천안함 침몰 직후 현장에 출동한 속초함의 ‘반잠수정 발견’ 보고 역시 군 상부에서 묵살·왜곡한 정황으로 조명했다. 당시 속초함 간부는 방송에서 레이더에 빠르게 북상하는 물체를 보고 함대에 “해상표적으로 반잠수정 같다”고 최초 보고했지만 함대로부터 “새 떼 아니냐”라는 반문을 듣고 종용하는 듯 느껴 ‘새 떼로 판단 됨’이라고 정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대응도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2010년 국감 당시 청와대가 김태영 전 장관에게 쪽지를 보내 “대통령께서 외교안보수석(→국방비서관)을 통해 답변이 어뢰 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감을 느꼈다”고 주의를 시켰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었다. 최원일 함장도 수사과장으로부터 ‘기자회견 때 어뢰란 말 빼라’는 말을 들었다고 이날 방송에서 밝혔다.

갈무리
'PD수첩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편' 갈무리

하지만 이 같은 정황은 묻혔고 국방부는 최원일 함장을 근무 태만 등 혐의로 입건하면서 침몰의 책임을 떠넘겼다. 생존자들은 자신들을 대원 46명을 죽인 ‘무능한 패잔병’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반면 천안함과 관련된 해군2함대, 합참, 국방부의 수뇌부 9명 중 4명은 징계가 취소됐고 나머지는 징계가 감경됐으며 이후 승진까지 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좌초설, 미군 어뢰설 등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최원일 함장은 정부가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통신 위치, 항적(배가 지나간 길) 등 중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게 오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천안함이 이스라엘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제작진은 이스라엘 방위군을 통해 “어떠한 연관이 없다”고 답변을 받아냈다.

천안함 편을 연출한 소형준 PD는 16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시 청와대의 대응에 대해 “안보를 확실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당선된 정부가 안보 무능으로 찍히는 것이 두렵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최종 발표한 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계속해서 강조했었고 (6‧2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5월 20일날 어뢰 설계도와 함께 북한의 소행을 공식 발표를 내놨다”면서 “그러고 나서 5‧24 조치라고 불리는 대북 조치를 강행했다”고 덧붙였다. 

서정문 <PD수첩> PD는 15일 방송 클로징 멘트에서 “천안함 생존자들은 천안함을 둘러싼 지난 11년을 ‘보수는 이용하고 진보는 외면한다’고 정의한다. 정치권이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오히려 걸림돌이 돼 왔다”며 “생존자와 유가족은 ‘당시 군 지휘부는 왜 묵살했는가’ ‘이 사건은 왜 일어났고 재발을 막을 방안은 뭔가’ 묻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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