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근로감독 방해...사태 심각성 인지 못해”
상태바
“지상파 3사, 근로감독 방해...사태 심각성 인지 못해”
언론노조·미디어비정규직공동사업단 KBS 앞 기자회견
"지상파, 비정규직 실태 숨기는 데 급급...근로감독 협조해야"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06.21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일 KBS 신관 앞에서 지상파 3사의 방송작가 근로감독 협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PD저널
21일 KBS 신관 앞에서 지상파 3사의 방송작가 근로감독 협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PD저널

[PD저널=손지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과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이 지난 4월부터 근로감독을 받고 있는 지상파 3사가 근로감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언론노조와 미디어비정규직공동사업단은 21일 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MBC·SBS 지상파 3사 방송작가 근로감독이 시작된 지 50여 일이 지났지만 근로감독은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 3사는 비정규직 실태를 숨기는 데 급급하는 등 비협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故 이재학 PD 사망사건과 MBC 방송작가의 근로자성 인정 판정 등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가 공론화되자 지난 4월 27일부터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방송작가 노동자성 파악을 위한 근로 감독을 시작했다.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근로감독 관련해서 방송작가유니온에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KBS는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방송작가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한참 시일이 지난 이제서야 개인정보공개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다른 방송사는 면담자가 정해지면 방송사가 (면담) 장소를 정해 방송작가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과 업무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하거나 (제작) 스케줄표 등을 폐기하라고 지시하는 부당행위마저 이뤄지고 있다.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방송사에서 작가를 뽑겠냐는 등 악의적인 소문도 방송사 내에서 퍼지고 있다.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근로감독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명백한 방해 행위들”이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촛불 항쟁에 힘입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잘못된 방송장악 등을 지적하며 열심히 싸웠던 분들로 지상파 방송사 경영진들이 교체됐지만, 정작 바뀐 게 없다"고 지적한 뒤 지상파 3사에 “더 이상 근로감독을 방해, 회피하지 말고 진중한 자세로 마주하길 바란다. 더 나은 사회, 더 평등한 세상, 모두가 존경받는 세상을 나가기 위한 디딤돌을 이번 방송작가 근로감독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된 미디어비정규직공동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전태일재단의 한석호 사무총장은 “처음에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많은 방송사 비정규직이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KBS의 숙원 과제가 수신료 인상이라고 알고 있다. KBS가 비정규직 처우개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앞장서면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KBS 수신료 인상 운동에 나서는 그림이 가능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상파에 근로감독 협조를 촉구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법 사각지대에 놓여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방송작가는 이 시대 청년 노동의 가장 열악한 단면 중 하나”라면서 “방송에 나가고 언론에 많이 보도돼야 이슈가 되고, 정치권에서 나서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들이 이 문제를 많이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방송사 3사의 노골적인 근로감독 비협조에 굴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사측이 제출한 비정규직실태조사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각 방송사가 실질적인 비정규직 처우개선책을 마련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한별 지부장은 “지금까지의 근로감독 결과와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오늘 고용노동부에 면담 요청을 공식적으로 할 예정”이라면서 “작가들의 (근로감독) 참여를 늘리기 위한 선전전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BS 측은 “5월 3일부터 순차적으로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며 “다만 프리랜서는 KBS와 업무 위임 계약을 맺고 있는 관계이기에 본인들의 동의 없이 제공해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이 없는지 근로감독관과 협의했다. 회신이 미흡한 부분이있었지만 더 이상 자료 제출이 지연되면 안 되겠다는 판단 하에 명단 자료를 먼저 제공하고, 6월 3일부터 민감한 개인정보라 할 수 있는 기타 자료 제공을 위한 온라인 동의서 접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이번 근로감독을 받으며 사내구성원에게 근로감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근로감독 업무를 방해하는 일탈 행위가 발견될 경우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