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2’ 이유 있는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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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2’ 이유 있는 고공행진 
어깨에 힘 주지 않은 5인방과 율제병원의 소소한 이야기
매력적인 캐릭터에 휴먼·멜로 장르적 재미 끌어올려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7.0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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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 ⓒtvN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 ⓒ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시즌2로 돌아온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제 드라마라고 해도 시즌1이 방영된 지 해를 넘었는데 첫 회에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고, 2,3회까지 큰 등락 없이 10%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첫 회 시청률이야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져서 시청자들의 기다림과 갈증이 증폭된 결과일 수 있지만, 일정한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는 건 이례적이다. 

이건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시즌제 드라마이면서도 애써 어깨에 힘을 주지는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시즌2로 돌아와 마치 어제 방영됐던 것처럼 물 흐르듯이 율제병원 5인방의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사실 이 정도의 관심과 기대를 받는 작품이라면 더더욱 어려운 것이 어깨에 힘을 빼는 일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언제 힘을 줬냐 싶을 정도로 편안하다. 그러니 시청률이 급등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급락하지도 않는 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애초부터 그리던 그림이다. 

시즌제 드라마들은 시즌을 거듭하면 할수록 더 자극적인 설정에 대한 강박을 보이는 면이 있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애초부터 신원호 감독이 <프렌즈> 같은 작품을 기대하고 만든 드라마다. 대단히 극적인 사건을 담기보다는 매일 봐도 즐겁고 행복해지며 또 생각할 거리가 있는 그런 드라마. 출연진에게 적어도 시즌3까지는 반드시 간다고 아예 못을 박은 건 이런 기획의도를 갖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아무런 전략 없이 이 판을 짠 건 아니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는 드라마틱하게 엮어진 스토리 대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먼저 세웠다. 율제병원 5인방의 매력이 개성적으로 드러나게 해놓고, 여기에 그들과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주변인물들 또한 저마다의 매력을 심어 놓았다. 시청자들이 매주 한 편 방영되는 이 드라마를 기다리게 되는 건, 향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여기 보면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인물들을 만나고픈 욕망 때문이다. 

이렇게 인물들을 매력적으로 세워 놓은 후, 그 위에 이우정 작가는 거의 모든 장르적 재미들을 펼쳐 놓는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당연히 의학드라마가 가진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들어가고, 의사들 사이의 멜로와 의사와 환자 사이의 휴먼드라마가 더해진다. 물론 코미디적 상황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애초 <프렌즈>를 겨냥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는 한편으로 보면 잘 만들어진 시트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니 시청자들은 지루해질 틈이 없다. 쏟아져 나온 매력적인 캐릭터들 위로 다채로운 장르의 맛이 토핑처럼 얹어져 있으니 말이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 ⓒtvN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 ⓒtvN

인물 위에 이야기를 입혀가는 방식은 전형적인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오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알다시피 신원호 감독이나 이우정 작가는 드라마 이전에 예능으로 이미 유명해진 이들이다. <1박2일>에서부터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함께 해온 이우정 작가는 예능의 문법이 ‘캐릭터 우선’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먼저 캐릭터를 잘 세우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다는 것. 그리고 잘 세워진 캐릭터는 매주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유인이 되고 그 위에 얹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들은 강력한 시너지를 만든다는 걸 이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마치 <슬기로운 의사생활2>를 보다보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 든다.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이 하는 사랑들 그리고 따뜻한 휴먼드라마와 포복절도의 코미디가 있어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시트콤적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통드라마적인 요소들을 잘 이어붙인 점도 편안하면서 진지하게 이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시즌제로서 롱런이 가능한 슬기로운 선택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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