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무산...'줄폐업'·'일자리 감소' 乙들의 갈등 키우는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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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최저임금 9160원 결정에 노사 반발
보수·경제지, 재계 주장 받아 '고용 쇼크' '실직 공포' 예단
박근혜 정부 인상률보다 밑돌아..."기준 없는 널뛰기 인상으로 갈등 조장"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2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심의 과정에서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하며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퇴장한 뒤 공익위원 안에 반발한 사용자위원들도 퇴장했다. 최종 표결에는 공익위원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참여해 찬성 13표 기권 10표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됐다. 2021.07.13. ⓒ뉴시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1.07.13. ⓒ뉴시스

[PD저널=손지인 기자]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2022년 최저임금 9160원 결정에 노사 모두 반발한 가운데 다수 언론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내세워 '乙乙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 행태를 반복했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2년 최저임금을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에서 5%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했다. 재계는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노동계는 "소득격차 해소를 포기한 결정"이라고 정부를  규탄했다.    

보수신문과 경제지는 재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자영업자들의 줄폐업,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일보>는 14일자 4면 <“저녁 장사 못하게 해놓고, 최저임금 5% 인상 대못질”>에서 “코로나로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올해보다 440원 오른 내년도 최저 시급 9160원은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이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주휴수당을 더한 실질 최저시급은 1만1003원”이라며 사실상 최저시급이 1만원을 돌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영업계에선 폐업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폐업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점포 철거 지원 건수는 2019년 4583건에서 지난해 1만1535건으로 무려 151%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3면 <식당 매출 61% 줄고 내년 최저임금은 5% 올라… “장사 접고싶어”>에서 “동아일보가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에 있는 식당 중 매출 공개에 동의한 9곳의 12일 매출을 지난주 월요일(5일)과 비교해 보니 적게는 42%에서 최대 90%까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한동안 일자리 시장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5% 인상될 경우(9156원) 최대 10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고 했다. 

<서울경제>는 1면 <최저임금發 ‘실직 공포’ 일자리 13만개 사라진다>에서 “중기중앙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9,000원대로 인상되면 일자리 13만 4,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며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 악화를 우려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인력 감축과 함께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기) 사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 GS25는 4월 말 기준 무인 점포가 29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0개 늘었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영세 기업은 임금 부담에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최저임금은 노동생산성과 지불 능력, 경제성장률 등 합리적 근거를 종합해 산출돼야 한다는 건 자명하다. 정치적 이해득실로 최저임금이 산정되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7월 14일자 6면 기사.
한겨레 7월 14일자 6면 기사.

반면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패에 초점을 맞췄다. 소득주도성장을 목표로 정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사회적 갈등만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결정한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7.2%. 박근혜 정부 당시 평균 인상률 7.4%보다 낮은 수치다. 

<경향신문>은 1면 <의욕만 앞선 ‘문 정부 최저임금’ 재계 반발·코로나에 ‘정책 후퇴’>에서 “정부 초기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였다가 큰 폭으로 꺾인 최저임금 인상률 추이가 보여주듯, 현 정부가 의욕만 앞세운 채 치밀한 계획·전략 없이 추진했다 재계의 반발에 밀려 정책 후퇴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이날 10면 <최저임금 인상률, 朴 정부 때보다 낮아…코로나에 밀린 ‘소주성’>에서 “(최저임금 인상 공약이) 임기 초엔 약속이 지켜지는 듯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2.87%, 2021년에는 1.5%까지 인상 폭이 떨어지면서 평균 인상률은 7.2%에 그치게 됐다”며 "일관된 기준 없이 상황 논리에 따라 '널뛰기 인상'을 하면서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간 '을들의 전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의 지적을 덧붙였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에게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2019년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이 꼽은 수익성 악화 요인을 보면, 최저임금은 임차료, 높은 대출이자나 카드수수료 같은 금융비용, 과당경쟁 등보다 후순위였다. 이런 요인들을 외면한 채 인상률만 놓고 다룬다면 최저임금위는 ‘을과 을의 대결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5년은 롤러코스터나 다름없었다. 최저임금 문제에 너무 단순하게 접근했던 탓이 크다”며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다음 정부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돕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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