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가족은 없다' 색안경 벗은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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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내가 키운다' MBN '돌싱글즈' 등 한부모 가정·이혼 소재 예능 잇달아 방송
'부정적 인식 깨는 시도' 긍정적 반응..."측은하게 보는 시선 역시 편견" 지적도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포스터.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포스터.

[PD저널=손지인 기자]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나 이혼 경험이 있는 출연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알게 모르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전파해온 미디어가 사회에 만연한 선입견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9일 방송을 시작한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채림, 조윤희, 김현숙, 김나영의 리얼한 육아 전쟁을 담은 관찰 예능이다. 한부모 가정의 육아를 처음으로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인데, ‘싱글맘’의 육아기를 편견 없는 진지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김현숙은 출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집안의 가장으로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로아가 성인이 됐을 때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출연을 결심한 조윤희는 “아빠 이야기도 많이 한다. 저의 감정을 아이에게 전달해주고 싶지 않다”는 아이 중심의 육아관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김솔 <내가 키운다> PD는 제작 발표회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이 되게 조심스럽고 고민이 많이 된다. 더 세심하게 노력해서 만들고 있는 게, 어떻게 보면 '솔로육아' (한부모 가족의) 모습이 방송에 포커스 돼서 나오는 게 처음(이기 때문)”이라면서 “세 분의 가족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첫방송이 나간 뒤 온라인과 SNS에는 “늘 공중파에서 솔로 맘 파더들 부정적 시각으로 비치는 게 불편했는데, 좋은 시도다”, “싱글맘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인식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지난 11일 첫 선을 보인 MBN <돌싱글즈>는 '돌싱 남녀들의 연애 리얼리티'를 표방했다. 첫방송에선 이혼 경험이 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이혼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등을 주제로 담담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SBS <미운 오리 새끼> 스핀오프인 <신발 벗고 돌싱포맨>도 지난 13일 방송을 시작했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돌싱포맨'으로 활약한 탁재훈, 이상민, 임원희, 김준호는 이날 방송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송민호 피오와 함께 연애와 결혼의 차이 등을 주제로 경험담을 꺼냈다.  

이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은 최근 새롭게 나타난 경향은 아니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등도 부부의 연을 맺었던 연예인들과 새로운 인연을 찾는 출연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이혼에 대한 편견을 해소했다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 예능 중에서도 토크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족 예능이 오래 살아남고 있는 점, 기존에 많이 없으면서도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TV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수 있다는 점에서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이혼을 단순히 프로그램 소재나 설정으로만 사용하면 큰 관심을 받기 어렵다. <우리 이혼했어요>가 마지막에 허무했던 이유는 이혼의 아픔을 전시하는 것만으로 끝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정상가족'의 틀 바깥에 있다고 여기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출연자들의 어떤 모습을 담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사유리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두고 제기된 반대 여론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SBS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SBS

미디어가 한부모 가정이나 이혼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비정상가족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내가 키운다> 등의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이혼이나 한부모 가정을 평범하게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반가웠다”면서도 “다만 너무 우는 장면이나 측은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많이 보여주는 건 보기 불편했다. 일반 육아 프로그램처럼 평범하게 한부모 가정의 일상을 보여줘야 한부모 가정도 하나의 가족 형태일 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부모 가정이나 이혼 경험이 있는 출연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며 "(제작진은) 자기도 모르게 편견이 드러나지 않는지 제작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수할 필요가 있다. 또 (이혼 가정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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