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김승혁 기자]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봉쇄 조치까지 내려졌다가 ‘노마스크’ 일상을 되찾았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는 뉴욕의 주민들은 코로나19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15일 방송된 KBS <다큐 인사이트-나는 살아남았다, 뉴욕의 생존자들>은 KBS 뉴욕특파원팀이 코로나19로부터 살아남은 뉴요커 5명의 생존기를 1년 6개월여 동안 추적한 기록이다. 미국 최대의 도시이자 관광의 중심지인 뉴욕은 지난해 3월부터 올 6월까지 211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5만 3천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숨졌다.
팬데믹의 충격이 여전한 지난해 8월 PD특파원으로 뉴욕에 온 강윤기 PD는 “전쟁과 같은 팬데믹이 휩쓴 뉴욕을 보면서, 특파원으로서 역사적인 현장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과연 뉴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뉴욕의 사람들은 팬데믹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국은 확진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이지만, 미국은 자신의 인생이 코로나19로 바뀌었다는 사람들이 많아 인물 중심 다큐멘터리가 가능하다고 봤다.
뉴욕의 의료 붕괴를 목격한 의사 패트릭 채와 뉴욕 코로나19 최초 확진자이자 생존자인 다이애나 버렌트, 온가족이 코로나19 확진은 받은 스콧 코헨, 팬데믹으로 브로드웨이 무대를 잃은 브라이언 마틴, 브루클린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 폐업 위기까지 몰렸던 던 스킷까지 5명이 ‘뉴욕의 생존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의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뉴욕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하는 데 특히 신경을 썼다.
강 PD는 “뉴요커들한테는 한국의 방송사가 낯설텐데 섭외에 응해줬다"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휩쓸고 있고, 한국이 방역을 잘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펜데믹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서 대면 취재는 여의치 않았다. 강 PD는 “이 다큐 때문만은 아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열댓번 받았다. 취재원들을 안심시켜줘야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뉴요커 5명은 인종과 직업, 처지가 모두 다른데도 ‘연대’와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던 스킷은 음식점이 문을 닫을 상황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는 연대의 정신을 보여줬다. 최초 감염자였던 다이애나는 코로나19 회복 직후 '서바이버 코어' 생존자 단체를 만들어 코로나19 원인 분석을 위해 힘쓰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한 스콧 코헨 역시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임상시험에 참여해 치료제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강 PD는 “사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세부 주제는 정해놓지 않았다. 그런데 다섯 출연자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결국 ‘우리는 같이 싸워야 한다’는 결론으로 모아졌다”며 “뉴욕은 전세계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런 사람들이 공공의 적을 만났을 때, 본인들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연대해야 한다는 말을 외치는 모습이 곧 프로그램의 메시지가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한 한국 사회에 '뉴욕의 생존자들'이 던지는 시사점은 간명하다.
강 PD는 "현재 한국도 코로나19 팬데믹을 두고 서로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하며 일희일비하는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며 "뉴욕의 생존자들을 취재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고 코로나 피해 당사자로 앞장서서 싸우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뉴욕의 사례를 보면서 공동체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