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보도 '황당 갑질'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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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일간지·방송사 보도 54% '갑질'에 치우쳐...5%만 '노동환경' 조명
민언련 "보수언론, 이재명 지사 방문 이후 정치 정잼화"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의 이해식, 장철민, 이탄희 의원이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설치된 사망한 청소노동자 추모공간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의 이해식, 장철민, 이탄희 의원이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설치된 사망한 청소노동자 추모공간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5. ⓒ뉴시스

[PD저널=손지인 기자]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진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은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세상에 알렸지만, 정작 이를 전한 보도는 ‘황당 갑질’이나 ‘정치쟁점화’에 치우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상파3사와 종편4사가 전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보도 37건을 분석한 결과다. 종합일간지는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 경제 일간지는 <매일경제>·<한국경제>가 모니터 대상이었다. 

분석 결과, 서울대학교 관리자의 갑질을 보도한 내용이 20회(5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치 쟁점으로 보도한 내용이 8회(22%), 청소노동자 사망 원인인 과로에 대해 보도한 내용이 7회(19%),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도한 내용은 2회(5%)였다.

언론사별로 봤을 때는 <동아일보>·<조선일보>·<매일경제>·TV조선은 사망한 청소노동자의 사망 주요 원인인 ‘과로’ 문제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대, 사망 환경미화원에 영어시험 갑질”>(동아일보, 7월 8일)은 환경미화원 A씨가 업무와 무관한 영어시험 갑질에 시달리는 점 등에 주목하며, 과로에 대해서는 ‘힘든 노동 강도’라는 유가족 의견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내용 분석(7/7~12) ©민주언론시민연합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보도 관련 신문 지면·방송 저녁종합뉴스 보도내용 분석(7/7~12)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번 사건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보수언론은 지난 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대 기숙사를 방문해 유족과 만난 이후부터 정치적 논란으로 해당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논쟁 가열>(TV조선, 7월 11일), <정치 논쟁으로 번지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조선일보, 7월 12일)는 학교와 노조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대를 찾으며 논란이 커졌다는 내용을 담았다. TV조선과 <조선일보>는 “노조가 개입해 억지로 산재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서 ‘중간 관리자의 갑질’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등 서울대 소속 인물들의 주장을 자세히 담았다고도 지적됐다.

또 지난 12일 <조선일보>는 <정치 논쟁으로 번지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갑질 실태조사 결과를 담은 <직장인 3명 중 1명 “갑질 당하고 있다”> 기사는 비슷한 내용임에도 각각 10면과 12면에 따로 실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갑질 실태조사 결과를 <서울대 “노조 갑질 프레임” 반박, 청소노동자 논란 더 키웠다> 옆에, <한겨레>는 <서울대 관계자들 막말 논란…노조 “2차 가해” 반발> 아래에 배치한 것과 대비된다. 

민언련은 <조선일보> 서울대 노동자 사망 기사 아래 초복을 맞아 삼계탕을 사 가는 사람들의 사진과 <단맛엔 아삭아삭 초당옥수수 판매 폭증> 기사를 게재한 점을 짚으면서 "<조선일보>가 해당 사건을 정치쟁점화할 뿐, 그 원인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 TV조선의 보도는 본질을 외면한 채 정치적인 논란만 부각했다. 사회적 약자가 겪는 생존 문제를 외면하고, 특정 진영 정치인의 행동만 따지는 정파적 보도에 몰두한 것”이라면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소수자와 약자가 마주하는 어려움을 공론화하고, 해결책 논의를 촉구하는 것이다. 사실관계 확인과 논리적 근거 추적 등 언론 역할을 외면해온 조선미디어그룹이 어떤 사안이든 기득권 입장을 대변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겨레>와 <노컷뉴스> 등은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열악한 노동환경을 설명하는 등 이번 사건을 다방면으로 취재한 보도로 꼽혔다. <“마녀사냥” “2차 가해”…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논란 증폭>(한겨레, 7월 12일)는 서울대 학생처장, 기획시설부관장 등의 주장을 전하면서도 ‘면피할 핑계를 찾는 인식이야말로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라는 노동조합 비판을 싣는 등 노동자 입장을 담았다. 

<[르포]청소노동자 떠난 자리…'죽음' 주목하는 서울대생들>(노컷뉴스, 7월 14일), <화장실 휴지 상자 뒤 세 뼘 공간…서울대 청소노동자 쉼터였다>(한국일보, 7월 12일) 등은 기자가 서울대 기숙사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열악한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자세하게 전달했다. 

민언련은 “이번 청소노동자 사망 배경에는 한 명의 노동자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노동환경과 제대로 된 휴게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구조가 있다”며 “‘일하다 죽지 않음’이 당연한 명제임을 언론이 받아들였듯 이제는 ‘인간답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간 노동보도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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