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4' 자극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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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격 빌런 존재감 ‘절대청력’ 강권주 압도
시리즈 이어가기 위해선 주인공 매력 되살려야

'보이스 시즌4' 현장 포토.
'보이스 시즌4' 현장 포토.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장르물의 명가 OCN에서 2017년  첫 시즌을 방영한 <보이스>는 ‘골든타임’을 지키려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이야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골타팀’ 강권주(이하나) 센터장이 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절대 청감’의 소유자라는 점은 이 장르물에 색다른 관전 포인트와 쫄깃한 긴장감을 부여했다.

현장을 뛰는 형사들과 그들의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소리를 분석하고 알아내 위험에 처한 이들을 구출해내는 독특한 이야기가 가능했던 것. 이러한 차별성과 피해자를 골든타임 내에 구출한다는 대의명분은 이 장르물이 잔혹한 장면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용인하게 해준 이유가 됐다.

이후 2018년, 2019년의 시즌2,3를 거쳐 올해 시즌4가 시작됐다. 이번 이야기는 비모도라는 섬을 배경으로 한다. 그 섬에 파견을 가게 된 강권주는 일가족을 살해하는 서커스맨 일당을 뒤쫓고, 그 일당에 여동생이 처참하게 살해된 데릭조(송승헌)가 그와 공조하게 된다.

시즌4의 차별성은 서커스맨 일당을 이끄는 빌런 리더로부터 나온다. 강권주와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그 리더는 두 명의 부하를 데리고 다니며 일가족을 살해한다. 살해된 일가족에는 특징이 있는데, 존속 살해의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이 속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인물을 부추겨 가족들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일가족을 살해하는 것이다.

이들이 왜 그런 살인을 저지르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리더는 동방민(이규형)이라는 다중인격을 가진 인물이다. 강권주의 도플갱어로 알았던 서커스맨의 여성 리더가 알고 보니 동방민의 변신이었다. 다중인격 여성으로 변신하며 체격까지 바꾸고 특수분장을 함으로써 완벽한 강권주의 도플갱어처럼 보였던 것. 

'보이스 시즌4' 현장 포토.
'보이스 시즌4' 현장 포토.

<보이스4>는 전 시리즈와 비교해볼 때, 여러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엮어져 있지 못하다. 이전 시즌에는 몇몇 사건들을 병렬적으로 풀어내면서 그 시즌의 메인 사건을 그려나가는 방식을 취했지만, 강권주라는 인물이 이끄는 골타팀으로 이야기가 묶이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데릭조라는 미국 LAPD 갱전담팀장의 이야기와 강권주가 이끄는 골타팀 이야기가 어딘지 따로 노는 느낌이다.

데릭조는 처참하게 살해된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추격해야 하지만, 계속 쏟아져 나오는 골타팀의 다른 사건들에 투입되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드라마가 하나의 사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여러 사건들을 병렬적으로 이어붙이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데릭조의 감정선이 흩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강권주의 존재감도 과거만큼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다. 강권주의 절대청력은 워낙 시즌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새로울 것 없는 능력이 된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능력에 어떤 장치를 추가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효과적일 수 있었다(이를 테면 청력을 잠시 잃는다던가 하는). 대신 <보이스4>는 강권주의 도플갱어가 똑같은 능력을 가졌다는 방식으로 자극을 높였다.

이렇게 되다보니 강권주의 청력은 도드라지기 어렵게 됐고 그의 존재감도 약해졌다. 대신 <보이스4>가 가져온 건 더 강한 자극이다. 가족 간의 존속 살해 같은 소재가 연이어 등장하는 점은 단적인 사례다. 이렇게 되다 보니 강권주나 데릭조의 존재감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변신을 보여주는 다중인격 동방민이라는 빌런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커지게 됐다. 물론 악당이 강해야 극성이 올라가는 건 맞지만, 스토리가 아닌 자극을 통해 강해진 긴장감은 어딘지 찜찜함을 남긴다. 

시즌제 드라마가 주인공의 매력을 동력으로 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보이스4>는 강권주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자극으로서의 빌런의 잔혹한 살인행각들이 공포에 가깝게 그려진다. 때론 15세로 제한되어 있는 이 드라마의 등급이 과연 괜찮을까 싶을 정도의 강도다. 시즌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 다시 강권주라는 캐릭터를 되살리고 ‘골든타임’이라는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 자극만 키워갈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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