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누굴 위한 복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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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판사’, 누굴 위한 복수인가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 사회정의 내세웠지만 서민은 보이지 않는 판타지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8.06 13: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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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라이브 법정쇼.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는 아예 가상을 내세웠다. 상상력으로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판타지를 그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그 판타지는 제목에 담겨있다. 판사가 ‘악마’다. 주관적인 판단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법의 잣대로 공정하게 판결을 내려할 판사가 악마라니. 

‘악마판사’ 강요한(지성)이 라이브 법정쇼로 내리는 판결은 한 마디로 서민들에게 짜릿한 ‘사이다’를 안기지만 그런 판결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적 복수심은 물론이고 심지어 변호사와 ‘짜고 치는’ 조작 판결도 숨겨져 있다. 금고 235년을 내리고 공개 태형이라는 중세적인 판결까지 나온다. 이런 판결과 집행이 가능해지는 건 라이브 법정쇼라는 ‘여론 재판’ 덕분이다. 방송으로 공개되며 대중들의 여론 투표 결과가 즉각적으로 반영되어 나오는 재판은 강요한의 충격적인 판결을 실현가능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강요한은 왜 이런 라이브 법정쇼를 하고 있는 걸까. 그건 이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이 정의 따윈 없고 게임만 있는 현실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것도 ‘지독하게 불공정한 게임’. 실제로 강요한이 대적하고 있는 적들은 법무부장관, 대통령, 재계인사 등 막강한 권력자들이다. 사회적 책임재단이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쓴 채 이들은 제멋대로 국민들을 이용하고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다. 무수한 이들을 사망케한 사건의 범인조차 빼돌리고, 갑질을 일삼아도 부모의 권력으로 빠져나가며, 자신들의 치부를 덮기 위해 희생양 하나를 내세우곤 뒤로 숨는 저들이다. 이러니 강요한은 ‘악마만이 악마를 대적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런데 강요한이 말하는 ‘정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그는 라이브 법정쇼를 통해 대중들을 호명하지만 이렇게 이루려는 정의가 바로 그 대중들을 위한 것인가는 잘 알 수 없다. 강요한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브루스 웨인처럼 대저택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다크히어로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구해내려 나서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가 저 권력자들과 싸우는 이유는 자신을 거둬줬던 형의 죽음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재단에 기부를 결정했던 형은 화재로 사망했고 그 속에서 조카 엘리야(전채은)를 구해 살아남은 강요한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돈에만 관심이 있는 ‘저들(사회적 책임재단 사람들)’에 구역질을 느낀다. 강요한의 정의는 그래서 사적 복수처럼 보인다. 법무부장관부터 시작해 대통령 그리고 사회적 책임재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정선아(김민정)으로 향하는 사적 복수. 

이 지점은 강요한이라는 ‘악마를 대적하기 위해 악마가 된’ 다크히어로가, <빈센조>의 빈센조(송중기)와 달라지는 지점이다. <빈센조>는 금가프라자 사람들로 대변되는 서민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빈센조는 그들을 위해 나서는 다크히어로가 된다.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

하지만 <악마판사>의 강요한에는 이러한 서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강요한이 무기로 들고 나온 라이브 법정쇼에서 서민들은 마치 이 쇼를 위한 ‘거수기’ 역할 정도로 이용된다. 아니 애초 이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의 서민들은 판단과 인지 능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 들러리처럼 서 있다. 허중세(백현진) 같은 허수아비이자 쇼를 하는 대통령을 세울 정도이고, 저들의 이미지 정치에 마구 휘둘리는 그런 무력한 존재들이다. <악마판사>의 서민들은 그래서 사회적 책임재단의 권력자들에 의해서도 이용되지만, 동시에 정의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사적 복수를 하고 있는 강요한에게도 휘둘린다. 이건 문유석 작가가 의도한 일일까. 

<악마판사>는 자극적인 사이다 판결이나 한껏 폼을 잡는 스타일리시한 영상들을 빼놓고 나면 생각보다 앙상한 작품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주로 정의에 있어서의 딜레마를 진중하게 다뤘던 것처럼, 이 드라마도 딜레마 상황을 자주 보여주지만 그것이 드러내는 건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나약함 정도다.

사회 정의를 메시지로 내세우면서 정작 서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아닐까. 혹 사회 정의를 호명해 그저 폼 나는 액션을 그리고픈 작가의 사적 욕망은 아닐까 의심되는 이유다. 강요한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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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56 2021-08-08 02:07:12
드라마는 보고 글쓰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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