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방문진 이사 9명 선임..."정치권 불개입 약속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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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11일 상임위원 무기명 투표 거쳐 방문진 이사 선임
김도인 현 방문진 이사·권태선 전 KBS시청자위원장·김석환 전 KISA 원장 등 9명
'낙하산 인사' 논란 김석환 전 원장 포함..."방통위 정치권 외압 휘둘린 것"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제출됐던 박영춘 MBC 감사 해임안이 표결 끝에 예상대로 부결됐다. ⓒ PD저널
방송통신위원회가 차기 방문진 이사 9명을 11일 선임했다. ⓒ PD저널

[PD저널=박수선 김승혁 기자]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차기 이사진이 확정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상임위원들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면접대상자 22명 가운데 9명을 이사로 선임했다. 방문진 감사는 상임위원간 협의를 거쳐 박신서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낙점됐다.  

이번에 선임된 방문진 이사는 △강중묵 전 부산MBC 사장 △권태선 리영희재단 이사장 △김기중 법무법인 동서양재 변호사 △김도인 현 방문진 이사 △김석환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능호 전 MBC 기자 △임정환 전 MBC 보도본부 센터장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9명이다. 

방문진 이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차기 방문진 이사진 명단을 보면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부적절한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은 인물도 이름을 올려 반발이 예상된다. 

김도인 이사와 지성우 교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가 방문진 이사로 부적격하다고 본 '5인방'에 포함됐었다.  

MBC본부는 김도인 이사에 대해 “MBC를 망친 주범으로 지목받아 온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평했고, 지성우 교수는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이유로 방문진 이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 교수가 2017년 발표한 ‘공영방송 요구는 공영방송의 근로조건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논문에 대해 노조는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면서 벌인 170일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라는 것이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이다. 공정방송의 직접적 주체는 방송사업자에 국한될 뿐이며 방송종사자는 사업자의 명령에 따르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등 사법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성우 교수는 MBN 시청자위원으로 있으면서 이번 방문진 이사에 지원해 MBN 내부에서 “전국의 MBN 시청자를 대변하는 시청자위원이 타사 경영진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권태선 이사장 역시 KBS 시청자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중도 사퇴해 비판을 받았다. 앞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권태선 전 KBS 시청자위원장의 방문진 이사 지원에 대해 “KBS시청자위원장의 연이은 중도 사퇴는 공영방송 시청자대표기구의 위상을 흔드는 엄중한 일”이라며 “누구보다 시청자위원회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일에 힘써야 할 위원장들이 스스로 자리를 가벼이 여기고, 위상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석환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과 김기중 변호사는 친정부 성향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맡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9대 문재인 캠프에서 미디어특보로 활동한 김석환 전 원장은 2017년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으로 올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김기중 변호사는 2009년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민주당 추천 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2016년에도 민주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다. 

MBC본부는 지난 9일 낸 성명에서 “최근 임기를 마친 김 전 원장이 또다시 여당을 등에 업고 3년 임기의 방문진 이사로 선임되려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며 MBC 구성원들은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아 여러 차례 활동했던 김 변호사의 경력은 정치적 독립을 추구해야 하는 공영방송 이사직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은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관행적으로 개입해왔던 정치권의 후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언론계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방송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언론개혁 방안으로 추진해왔다. 방통위도 이번 방문진 이사와 KBS‧EBS 이사 선임에 국민 검증 절차와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면접심사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의 면면을 보면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성혁 MBC본부장은 “후견주의 배제가 가장 큰 요구사항이었는데,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을 보면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 추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정면으로 어겼다”라며 “방통위가 정치권 외압에 휘둘린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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