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노조, KBS·MBC에 단체교섭 요구..."비정규직 처우개선 모범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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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9.5% 인상·지역방송 작가 처우 개선 등 요구안 제시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최한 '공영방송 KBS MBC는 방송작가지부 교섭에 나서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PD저널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공영방송 KBS MBC는 방송작가지부 교섭에 나서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PD저널

[PD저널=손지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하 방송작가유니온)가 원고료 인상, 노동조건 계약서 명시 등을 내걸고 KBS와 MBC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기자회견을 열어 단체교섭 요구안을 발표하면서 "공영방송 KBS·MBC는 책임 있는 자세로 교섭에 임해 방송작가 노동조건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나서는 모범을 보이기 바란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유니온의 요구안은 △임금(원고료) 기준 마련 △노동인권 반영된 서면계약서 작성△지역방송 작가 처우 개선 △비정규직 고충처리기구 설치 등 크게 네 가지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노조가 설립된 2017년 이후 물가상승률 누적분(4.3%)과 언론노조의 2021년 임금단체협상 지침 인상률 5.2%를 반영해 원고료를 최소한 9.5%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 기획기간에는 원고료 100%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기획료 100% 지급, 규정 정비도 요구했다. 

서면계약서에 구체적 업무 내용과 임금(원고료) 지급 방식 및 일자도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사항도 포함됐다.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명확하지 않은 업무 범위 때문에 방송작가의 업무 강도 및 시간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났다. 현행법상 반드시 지켰어야 할 규율이지만, 방송사들이 무시해왔던 내용들”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인복지법 4조에 따르면 서면 계약서에 계약 금액, 계약기간·갱신·변경 및 해지에 관한 사항, 업무·과업의 내용, 시간 및 장소 등 용역의 범위에 관한 사항 등이 명시돼야 하지만, 방송사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측은 지역방송 작가들의 원고료를 본사 수준으로 인상하고 지역작가 재방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지역작가 처우 개선’도 요구했다. 

지역방송사에서 25년차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고 밝힌 진경은 방송작가유니온 조합원은 기자회견에서 “서울 본사와의 차별 중 하나는 재방료를 못 받는 것이다. 재방료 현실화를 명백하게 해주길 바란다”면서 “지역방송은 본사에 비해 결방도 잦다. (결방을 해도) 직원들은 출근을 하니까 월급을 받지만, 우리는 강제 무급 휴가”라고 지역방송 작가의 현실을 전했다. 

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문제, 성폭력 문제 등을 담당하는 ‘방송사 비정규직 고충처리 기구 마련’도 교섭 요구안에 포함됐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최근 방송사 비정규직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사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사용자의 편의에 의해서 함부로 노동자를 규정하고, 노동자성을 박탈했던 질서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며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방송작가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대화 테이블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가 단체교섭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연기자도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아낸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의 주우 사무국장은 "방송사에서 일하고 보수 받는 자가 교섭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며  "(방송사가) 교섭 요구를 거부할 근거는 없다고 본다. 방송사는 교섭 요구를 즉각 수용하고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별 지부장은 “오늘 오후 KBS와 MBC에 교섭 요청안을 보낼 예정”이라면서 “교섭에 응할 때까지 공문을 계속 보낼 것이고, 답이 없으면 노동위원회에 가서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점차 단체 교섭 요청을 할 방송사를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사가 방송작가유니온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9년 방송작가유니온은 KBS에 단체교섭 개시를 요청했지만 KBS의 미온적인 태도로 제대로 된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12월 언론노조 산별교섭을 통해 구성된 공영방송 3사 방송작가특별협의체도 방송사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KBS 측은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오늘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는 내부 법률 검토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아직 (교섭 요청안이) 정식으로 접수되지 않은 상태로, 교섭안 내용들을 검토한 뒤 (교섭 요청에 응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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