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그녀들' 승부수 어떻게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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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때리는 그녀들' 승부수 어떻게 통했나
축구에 진심인 출연자들, 투혼과 근성으로 몰입감 선사
'여자가 무슨 축구냐' 편견 뒤집기 '통쾌'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1.08.26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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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방송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 화면 갈무리.
지난 25일 방송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도쿄올림픽 이후 방송 프로그램마다 국가대표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한 방송가에서 올림픽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스포츠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으로 화제를 낳았다. 

예능에서도 기대 이상의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SBS<골 때리는 그녀들>의 선전이다. 축구에 진심인 출연자와 레전드 축구선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구 예능이다. 축구공을 차본 적 없는 초보 출연자들이 어설픈 실력으로 좌충우돌하는 <골 때리는 그녀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에게 색다른 재미와 몰입을 선사하고 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의 화제성은 예견됐다.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 당시 호평을 얻으며 정규편성 됐다. 파일럿 우승팀 FC불나방, 모델들로 구성된 FC구척장신, 국가대표 가족 모임 FC국대 패밀리, 개그우먼 연합 FC개벤져스, 새롭게 결성된 액션배우팀 FC액셔니스타, 외국인 방송인 FC월드클라쓰 등 총 6개 팀이 리그전에 참가해 경쟁을 펼쳤다.

현재 리그전을 마치고, FC불나방, FC월드클라쓰, FC 국대패밀리, FC구척장신 팀이 4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있다. 각 팀은 파일럿 때보다 연습량을 늘리면서 한층 기량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프로그램 초반 축구공을 쫓아가기 바빴던 선수들이 서로에게 패스하거나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등 경기의 묘를 살리고 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의 관전 포인트는 출연자의 ‘포텐셜’을 지켜보는 재미다. 진행을 맡은 캐스터, 해설자, 감독에 선수까지 합치면 고정 출연진만 무려 40명을 훌쩍 넘어서며 자칫 산만해질 수도 있지만, 개인기 혹은 팀워크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해 <불타는 청춘>에서 여자부 불청 챔피언스 리그에서 맹활약한 박선영은 ‘호나우지뉴’라는 별명답게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붕대 투혼을 벌인 안영미는 부족한 실력을 뛰어넘는 근성을 드러냈고, 자타공인 ‘운동뚱’인 김민경은 ‘탱크슛’을 시원하게 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FC월드클라쓰의 사오리, 구잘도 감독들이 ‘에이스’로 꼽을 만큼 순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FC구척장신 팀은 탈락 위기에서 적극적으로 중원 싸움을 펼쳤고, 승부차기 끝에 ‘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8월 25일 예고화면 갈무리.
SBS '골 때리는 그녀들' 8월 25일 예고편 갈무리.

출연자의 ‘숨은 실력’을 찾는 재미만큼 서로 믿고 의지하는 ‘원팀’으로서의 성장기도 볼거리다. 서로 친분이 있는 출연자도 있지만, 이번 ‘축구팀’ 결성으로 새로 만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연자들은 어색함도 잠시 “축구가 뭐라고 이렇게 진지하냐”라고 말할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고 경기에 임한다. 초보인 만큼 부상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법도 하지만, 막상 그라운드를 누빌 땐 여느 프로 선수보다 진지하다.

배우, 개그맨, 모델까지 그야말로 몸이 재산인 출연자들은 축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발전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각자 포지션에 따라 손발을 맞춰나갔다. 실제 모든 선수가 4개월 이상의 축구 레슨을 받았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면서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골 때리는 그녀들>은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지형에서 ‘가뭄 속 단비’같은 프로그램이다. <노는 언니>, <비디오스타>처럼 여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이 종종 등장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파격적인 시도는 찾기 어려웠다. ‘여성이 무슨 축구냐’라는 편견을 뒤집은 게 프로그램의 승부수였다.

제작진도 ‘초보 축구’라는 한계를 불필요한 진행이나 장황한 토크로 만회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회 경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쪽을 택하고 있다. 그 결과 축구라는 ‘스포츠’이기에 나올 만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나왔다. <골 때리는 그녀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에 집중하면서 시청자에게 반전의 재미와 ‘축구’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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