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신상 터는 ‘마이기레기닷컴’ 법적 제재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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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신상 터는 ‘마이기레기닷컴’ 법적 제재 받을까
기자협회 "피해 제보 받아 경찰에 수사 의뢰할 것"
'언론개혁' 내세웠지만...'기레기' 낙인 기자들 개인정보 무차별 노출
"취재행위 위축 효과 낳을 것"..."기자들 맞대응은 바람직하지 않아" 의견도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09.02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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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언론인 감시를 내세워 기자 신상을 무단 공개한 ‘마이기레기닷컴’에 한국기자협회가 법적 대응에 들어간다. 

지난 1일 한국기자협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자들로부터 ‘마이기레기닷컴’에 자신의 개인 정보, 사진 등이 떠돌고 있다는 피해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 현재 피해를 입은 기자들에게 고소할 의사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며 "이들의 피해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모은 후 고소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는 해당 사이트 폐쇄 요청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마이기레기닷컴’에는 현상금을 걸고 ‘기레기 리스트’에 포함된 기자들의 비리를 제보 받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기레기 리스트’에 오른 기자들은 학력 및 경력, 개인 SNS 주소,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노출돼 있다.  

사이트 운영진은 내용에 따라 제보 등급을 세개로 나눠 10~3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당초 운영진은 '현상금'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각종 비리나 학교 폭력 제보는 30만원, 경범죄나 방역수칙 위반 제보는 20만원, 현재 사진이나 과거 정보는 1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운영진은 공지글을 통해 감시를 받지 않은 기자들을 감시하는 목적이라고 강조하면서 “기자들이 정치인들에게 밥 얻어먹고, 선물 받고, 친분 쌓아 해당 정치인과 결탁되는 현상을 조금이라도 힘들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언론인 감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동의 없는 개인정보 공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초상권 침해 소지가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벌칙 조항을 두고 있다.  방심위도 정보통신망법에서 유통을 금지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명예훼손)에 대해 피해자의 민원을 받아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자 개인을 비방하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보인다. 기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거나 이미 알려진 비리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비리 제보를 받겠다’ ‘신상을 털자’는 식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면 공익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현행법과 현재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등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익성이 강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만, '마이기레기닷컴'은 비방의 목적이 커보인다는 의견이다.

방심위도 개인정보를 무단 공개한 사이트 심의에서 공익성 여부 등에 따라 판단이 나뉘었다. 양육비를 미지급한 부모의 정보를 공개한 '배드파더스'는 차단 않기로 했지만, 사적 응징을 내세워 성범죄자들 정보를 올린 '디지털 교도소'는 접속 차단 결정을 받았다. 통상 사이트 전체 접속 차단은 '과잉 규제' 우려 때문에 좀처럼 나오지 않지만, '디지털 교도소'의 경우 시정요구에 불응해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마이기레기닷컴'이 내세운 언론개혁 대의에도 기자 개인을 공격하는 방식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우열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 경제’"라며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견제는 필요하지만, 이러한 사이트들은 기자를 없어져야 할, 길들여야 할 존재로 그려놓고 있다. 비판할 수는 있어도 언론을 없어져야 할 존재로 상정해놓고 하는 행위들은 결국 사회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우열 교수는 “무엇보다 기자의 취재 행위를 위축시키는 문제가 가장 크다. 기자 개인이 특정되고 신상이 노출되면, 기사를 더 잘 쓰겠다는 반응보다도 자기 검열, 취재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언론을 개혁하는 건설적인 효과보다 파괴적인 결과만을 가져올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마이기레기닷컴'의 위해성과 별개로 기자들이 고소로 맞대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손지원 변호사는 “기자나 기자 단체가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이기레기닷컴’의 공격이 기자들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공적인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자는 공인으로서의 지위가 있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부당한 공격도 어느 정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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