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강윤성 책 소개까지...전자발찌 범죄 본질 비켜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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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강윤성 책 소개까지...전자발찌 범죄 본질 비켜난 보도
2명 살해 혐의 강윤성 보도, 과거 행적 캐고 폭력적 모습 부각
"범죄자 악마화...사건 본질 해결 막아"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1.09.08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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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장세인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의 범죄 행각이 알려지면서 '전자발찌 회의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사회에 나온 성범죄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가 대두됐지만, 언론은 강윤성의 사생활을 쫓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살해 등 6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강윤성은 지난달 27일 전자발찌를 훼손한 전후 두 명을 살해했다. 강윤성은 추가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져 전자발찌 훼손과 살해 혐의 이외에도 살인예비와 사기 등의 혐의가 추가됐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만큼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하지만 보도를 보면 강윤성의 폭력적인 모습이나 이중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강윤성이 과거 옥중에서 에세이를 펴냈다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5일 채널A는 '단독'을 달고 강윤성이 과거 자전적 에세이를 출판했다고 보도했다. 강윤성이 복역 중이던 2009년 한 작가에게 가족이 어렵게 산다며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부탁하고 자필 원고를 보냈지만, 책이 출판되자 첫 인세는 다른 여성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채널A <뉴스A>는 “강윤성은 평소 범죄 예방법에 관한 책을 쓰고 싶어 했는데, 조두순 사건 때문에 출판이 어려워졌다며 매우 아쉬워했다”며 “뒤틀린 과시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강윤성이 “갈수록 사회가 흉폭해지고 있어 범죄예방법에 대한 책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적은 편지 내용을 보도했다.

채널A의 단독 보도 화면.
채널A의 단독 보도 화면.

<중앙일보>도 6일 <“아내 위해” 감옥서 책 낸 강윤성, 인세는 다른 여자 보냈다>라는 기사에서 “책에서는 강윤성이라는 이름 대신 강우영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며 “회개의 삶을 살아온 재소자의 피맺힌 절규이자 마지막 발버둥”이라는 책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기사의 말미에는 출판사에서 강윤성의 부탁으로 한 여성에게 부친 인세가 200만 원이라는 사실과 인세를 받은 여성의 두 자녀가 강윤성의 자녀가 아니라는 사실도 포함됐다.

같은 날 <“고생하는 아내라더니”...전자발찌 살인범 에세이 인세 펜팔女 보냈다>(매일경제), <“아내에게 인세 보내줘라” 강윤성, 옥중 에세이 출판...알고보니 펜팔女에게>(서울신문) 기사도 인세를 받은 여성을 '펜팔女'라고 지칭하면서 강윤성과 여성의 관계에 집중했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성범죄자의 범죄가 공개될 때마다 가해자 개인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주빈이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한 사건 보도와 관련해 긴급지침을 내리고 “성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며 “‘짐승’, ‘늑대’, ‘악마’와 같은 표현은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지난해 6월 <신문과방송>에 실린 글에서 “공익으로 표현되는 국민의 ‘알 권리’는 시민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관련되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피의자의 사생활이나 개인에 대한 평가, 피의자의 변명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피의자 주변인의 반응을 싣는 것, 한두 마디 말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려는 것이 저널리즘에서 공익적 가치를 갖는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론이 자극적인 성범죄자 보도에서 벗어나 전자발찌 제도 개선 등의 본질적인 의제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피의자 개인을 악마화하거나 범죄의 본질과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는 과거 행적까지 일거수일투족 보도하는 이른바 ‘조회수 올리기’ 보도 유형"이라며 "언론 스스로가 자정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성범죄, 아동학대 범죄, 흉악범죄 등 중대범죄를 줄이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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