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올해 하반기 여배우들의 안방극장 귀환이 눈에 띈다. ‘이름값’ 있는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위한 도전장을 내민 만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주춤한 방송가에 활기를 불러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우 전도연이 첫 주자로 나섰다. tvN <굿 와이프> 이후 5년 만의 복귀작인 JTBC<인간실격>이 지난 4일 첫방송됐다. 전도연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았다. 부정은 부잣집 가사 도우미로 일하며 근근이 생활하지만, 불안과 공허함이 짙게 밴 인물이다.
악플로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 출두한 부정과 부정을 고소한 여배우 아란(박지영)과 얽히며 갈등을 예고했고, 우연히 강재(류준열)와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전개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영화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를 만든 허진호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주요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연기의 정점을 찍은 조여정은 tvN <하이클래스>로 돌아왔다. KBS2TV <99억의 여자>, <바람피면 죽는다>에서 각각 미스터리한 인물을 열연한 조여정은 이번 작품에선 똑 부러진 말투와 도도한 기품이 흐르는 송여울 역을 맡았다. 지난 6일 방송을 시작한 <하이클래스>는 제목처럼 대한민국 상위 0.1% 여자들의 완벽한 삶 뒤에 가려진 거짓과 위선을 담은 미스터리 서스펜스 드라마다. 송여울은 남편 살인범으로 몰리며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은 전직 변호사다. 하나뿐인 아들을 지키기 위해 국제학교로 향한 송여울이 악의적인 소문과 논란을 뚫고 나아가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다.
배우 고현정은 내달 JTBC<너를 닮은 사람>으로 복귀한다. 정소현 작가의 동명 소설 원작으로 <비밀>,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집필한 유보라 작가의 작품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한 여자와 그 여자와의 만남으로 삶의 빛을 잃은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고현정은 KBS 2TV <동네 변호사 조들호2> 이후 2년 만의 출연으로, 성공한 화가이자 에세이 작가인 정희주로 분한다. 상대 역인 구해원은 tvN<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한 신현빈이 맡는다. 구해원은 희주와의 만남으로 곪아가는 자신을 발견하며 스스로 운명을 풀어가려는 인물이다. 정희주와 구해원 간 팽팽한 대립 구도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기대된다.
배우 이영애도 색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JTBC <구경이>는 내달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영애는 게임과 술이 전부인 경찰 출신 보험조사관인 구경이로 분해, 완벽하게 사고로 위장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친다. SBS <사임당의 빛의 일기> 이후 4년 만의 복귀인데 그간 영화, 드라마에서 주로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아온 만큼 이영애만의 블랙 코미디 연기가 기대된다.
김은희 작가와 뭉친 전지현은 tvN <지리산>으로 돌아온다. 아직 편성이 미확정된 상태이지만, <스위트홈>의 이응복 PD와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의기투합한 ‘텐트폴 드라마’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다. 전지현은 최고의 레인저로, 주지훈은 신입 레이저로 등장한다.
이밖에도 배우 송혜교가 출연하는 SBS 새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오는 11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JTBC <미스티>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제인 작가의 작품이다. 배우 한효주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사람을 무는 신종 감염병 ‘광인병’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운 작품 <해피니스>로 복귀한다. 손예진은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전미도와 함께 <서른, 아홉>에 출연을 확정 짓고, 촬영에 돌입했다. 배우 수애는 나오는 대한민국 정‧재계를 쥐고 흔드는 성진그룹의 미술관을 배경으로 한 심리 스릴러 드라마 JTBC <공작도시> 출연을 확정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