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예산'에 '곳간 빈다'는 언론..."불성실한 취재에 논리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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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주최한 '예산안 보도 긴급 토론회'
"국가채무 비율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언론 '슈퍼예산' 단정"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2022년 예산안 보도 긴급 토론회'. ⓒ전국언론노동조합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2022년 예산안 보도 긴급 토론회'. ⓒ전국언론노동조합

[PD저널=김승혁 기자] 새해 예산이 편성되면 막대한 국가채무에도 '슈퍼예산'을 책정했다거나 '선심성 퍼주기'라는 보도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2022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된 뒤에도 '나라빚' 증가를 우려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는데, 이런 보도는 예산 편성의 적정성을 짚지 못하고 국가 재정 악화에 대한 불안감만 증폭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과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스트 코로나, 2022년 예산안 보도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국가 부채 1000조원 보도 어떤 문제가 있나‘를 주제로 발표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취재에 불성실한 언론인들이 재정 악화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관행적으로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언론은 단순히 국가부채 규모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거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 ‘슈퍼예산’ 등의 단어를 쓸 때가 많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국가채무 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누적돼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단계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normal)예산은 물론 긴축예산조차 ‘슈퍼예산’ 이라고 한 보도는 정확한 논리가 아니라 어감이  세보이는 단어로 정부 재정을 비판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올해 예산보다 8.3% 증가한 604조 4000억 원의 ‘2022년 예산안’을 공개했다. 특히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올해보다 8.5% 많은 216조 7000억 원을 책정하고, 소상공인에게 3조 90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확장 재정’으로 민생을 돕겠다는 게 내년 예산안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이전 정부들이 목표로 삼았던 부채 수준을 벗어나면 부정적인 관점의 기사도 경마식으로 이어진다"며 "언론이 국가채무 총액만 보도하다 보니, 채무 비율은 유지됐지만 재정 건전성 우려가 제기된 지난해 추경 당시, 이를 지적하는 보도는 하나도 없었다. ‘김정은이 벌벌 떠는 F35 예산을 삭감했다’는 식의 정파적인 보도만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재정을 ‘곳간’에 비유하는 보도도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나라 곳간이 비어 가고 있다”고 하자 언론은 '곳간' 단어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시장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고자 돈을 돌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과열에는 긴축재정을, 불황에는 적자재정을 편성해야 한다. 곳간보다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정체를 풀어주는 ‘펌프’가 더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유튜브 화면 캡처
발언하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유튜브 화면 캡처

언론이 정부의 보도자료에 의존하다보니 예산 편성의 적정을 검증하고 예상 확충이 필요한 분야를 살피는 보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팀장은 “예산 발표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비판적 관점 없이 정부 보도자료 내용을 단순 기사화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취약 계층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를 더 담았으면 한다”며 “코로나로 가장 피해를 받고 있는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재정이 증가했다는 담론은 차치하더라도 해당 예산이 어떤 이유로 증액됐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언론의 촘촘한 해석과 비판이 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의례적인 예산 보도를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최광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은 “뉴스가 인터넷으로 실시간 소비되고 모든 포털에 한 주제의 기사가 동시에 걸리는 상황에서 기자들은 클릭을 유인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하고 바람직한 기사를 쓰는 게 쉽지 않다"며 취재 환경을 짚은 뒤 "언론사 내부적으로 조회수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기사에 녹여낼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아영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YTN도 관행적인 클리셰를 따라 보도하거나 (예산안의 문제는 없는지) 비판적인 관점의 보도를 크게 다루지 못했다”며 "언론이라면 예산안에 세부적으로 들어가 편성의 문제는 없는지 이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사업인지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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