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예능 출연 화제는 되겠지만...검증 없는 포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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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예능 출연 화제는 되겠지만...검증 없는 포장 우려
SBS '집사부일체' 대선주자 특집방송 윤석열·이재명·이낙연 후보 '사부'로 등장
"논란 덮고 정치 희화화 가중될 것"..."정치 무관심 해소 도움"
"지지율 기준 출연자 선정, 시청률 의식한 방송사 중심 결정" 비판도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1.09.16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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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집사부일체 예고편.
SBS <집사부일체> 9월 19일 자 방송의 예고편.

[PD저널=장세인 기자] 유력 대선주자 3명이 '사부'로 출연하는 SBS <집사부일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인의 예능 나들이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당내 경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지 정치'만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집사부일체> 대선주자 특집에는 오는 1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를 시작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9월 26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10월 3일)가 출연할 예정이다. 출연자는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최근 6개월(2021년 3월~8월) 여론조사에서 10% 이상 지지율을 보인 후보로 정했다. 

정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실보다 득이 많다. 2009년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대중적인 호감도를 얻은 안철수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SBS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바 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동상이몽-너는 내운명>에 배우자와 함께 나와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1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 후보로 나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TV조선 <아내의 맛>에 나란히 출연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호감도와 인지도를 단번에 올릴 수 있는 예능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사생활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을 신선한 얼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치 과잉 시대에 정치인들이 뉴스를 통해 부정적인 면만 보이다가 시민과 똑같은 삶의 모습을 오랜 시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예능 출연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바라봤다. 

선거철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인지도를 올리고 이슈가 되니까 정치인과 프로그램 측 둘 다 득이 될 수 있다”며 “정치가 대중과 괴리되는 문제 등을 해소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후보의 자질, 정책을 탐구하기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다보면 포퓰리즘으로 빠질 수 있다. (출연한 정치인이) 질문에 답하지 않더라도 답변 태도를 볼 수 있으니 시사나 논란, 정책적인 부분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유권자 알권리와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치인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기존에 문제 되었던 발언을 미화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정치 희화화 문제도 가중시킨다”며 “후보들이 어떻게 다른지 정책을 비교하고 정보를 줘야 하는데 예능이라는 장르가 정치인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윤석열 편' 예고영상에서 윤 후보 태도 논란을 빚은 '도리도리' '쩍벌' 키워드와 “대통령만 보면 싸우고 싶냐‘, '나에게 추미애란’ 등의 질문이 등장했지만, 윤 후보가 얼마나 진지하게 답변을 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윤 후보가 MC들에게 “형이라고 불러라”라고 소탈하게 말을 걸고 직접 요리를 하는 모습은 정치인의 예능 출연에서 빠지지 않은 장면이다.  

정치인들의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MBC <누가 누굴 인터뷰>, TV조선 <아내의 맛> 출연 방송화면.
정치인들의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MBC <누가 누굴 인터뷰>, TV조선 <아내의 맛> 출연 방송화면.

더군다나 윤석열 후보는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의 정점으로 주목받고 있어 예능 출연이 적절하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SBS 시청자위원인 최은경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검찰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논쟁적인 상황에서 방송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제작진이 예상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시기적으로 윤 후보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은 일부 지지자들을 부추겨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연하는 대선주자를 3명으로 제한한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순택 사무처장은 “여론조사를 참고했다고 하지만 다른 후보들의 언론 노출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다른 생각을 가진 후보들이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은경 교수도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왜 알고 싶어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보는 노력 없이 외부 데이터인 지지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방송사 중심의 결정”이라며 “선택되지 못한 후보들의 불공정하다는 이의제기에 SBS가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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