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는 홍준표...대선주자들의 이미지 세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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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이미지 지우고 인간적 면모 조명한 대선주자 예능
'여성 비하' 비판 받은 홍준표 후보, TV조선 '와카남'에서 "여성분들 오해 풀었으면"
'선거일 90일 전 예능 출연금지' 조항 해당 안 되지만...'집사부일체' 1000건 이상 심의 요청 접수

SBS 집사부일체 방송화면.
SBS <집사부일체> 방송화면.

[PD저널=장세인 기자]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약점을 감추고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방송 내용은 후보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만, '이미지 세탁' 예능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 비하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던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는 지난 28일 TV조선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이하 <와카남>)에 배우자와 출연해 가정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여줬다.  

2017년 대선 당시 한 방송에서 설거지는 하시냐는 질문에 “설거지는 하늘에서 정한 여자의 일”이라고 발언하는 등 여성을 비하한 홍준표 후보는 이날 부인과 함께 밥을 차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옛날하고는 시대가 달라져 가사노동은 다 같이 해야 한다”며 “설거지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담아서 버린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여성분들이 오해를 좀 풀었으면 좋겠다”며 여성 표심을 잡기 위한 방송 출연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26일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도 '싸움꾼' 강성 이미지를 의식한 듯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출연하시는 대선주자 세 분 중에서는 논란이 가장 많다"는 지적에 “깊이 한번 파주세요”라며 '사이다 이재명'으로 맞받았고, '부모님한테 훌륭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온 몸에 점이 없다"며 '김부선 스캔들'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집사부일체> '대선주자 특집' 1탄에 출연한 윤석열 후보는 정치 경험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질문에 어릴 적 스케이트를 배우던 이야기로 답했다. 윤 후보는 “나는 다리가 끊어지는 것 같아도 고지식하게 선생님이 시키신 30바퀴를 다 도는 사람”이라며 “위기가 있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일을 성공시키는 데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을 섭외한 예능 프로그램도 시청률 상승 효과를 봤다.  

<집사부일체>는 '윤석열 편' 시청률이 직전주보다 2배 이상 오른 7.4%(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한 데 이어 '이재명 편'으로 시청률이 9%까지 치솟았다. 홍준표 후보가 출연한 <와카남> 28일 방송은 5.6%로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이는 이날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자 토론회로 진행된 MBC <100분 토론>(2.6%), SBS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4.3%) 시청률을 상회하는 수치다.      

2017년 대선 당시 YTN 뉴스와 지난 28일 방영된 TV조선 와카남 방송화면.
2017년 대선 당시 YTN 뉴스와 지난 28일 방영된 TV조선 <와카남> 방송화면.

예능 프로그램에 비친 정치인의 인간적인 모습은 치밀한 의도와 계산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선 후보들의 예능 출연에 대해 “(방송사와 대선주자)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후보들은 제작진과의 협의를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 정치만 강화된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정치의 감성화는 후보자 토론 프로그램 등을 무력화 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예를 들어 지지하는 후보보다 상대 후보자가 토론을 잘했다고,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는다. 감성적인 필터로 후보자를 바라보게 해 확증편향이 더 강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선거방송 심의 특별규정에선 보도‧토론방송 이외의 프로그램에 후보자의 출연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선거일 전 90일부터 적용되는 규정이라서 대선주자들이 출연한 <집사부일체>와 <와카남>은 해당 사항이 없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선거 기간에는 언론사들이 시사보도뿐만 아니라 예능 출연도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평상시와 달리 대선을 앞둔 시점의 정치인 예능은 시청자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거일 전 90일 이내'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대선 기간이 아니었다면 과연 후보들을 출연 시켰을까 싶다”라고 했다.

대선주자들의 예능 출연에 문제의식을 느낀 시청자도 적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는 29일까지 <집사부일체> '대선주자 특집'과 관련해 1000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방심위 관계자는 “<집사부일체> 대선주자 특집 방송분(예고편 포함) 3건에 대해 총 1006건의 민원이 접수된 상태"라며 “선거일 전 90일 이내에 방송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방송 심의 특별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 방송심의 규정 조항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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