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정치·자본권력의 '뉴스 포획' 왜 더 쉬워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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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장 지낸 양상우 연세대 겸임교수, 국제학술지에 '뉴스매체 포획' 주제 논문 게재
"'베끼기 보도'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뉴스 포획자 위해 뉴스 생산"

양상우 연세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의 논문이 실린 'Information Economics and Policy' 56호 표지 사진.
양상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의 논문이 실린 'Information Economics and Policy' 56호 표지 사진.

[PD저널=장세인 기자] 디지털 시대에 권력과 자본의 미디어 통제는 왜 더 쉬워졌나. 정보경제학 분야 국제학술지 <Information Economics and Policy> 최신호(2021년 9월호)에 실린 양상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의 논문 '디지털 시대, 탐사 저널리즘과 권력과 자본에 의한 뉴스매체 포획’은 매체 홍수 시대의 언론 현실을 경제학 이론 모형으로 규명한 논문이다. 

한겨레 사장을 역임한 양상우 교수가 최재필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좌교수와 함께 집필한 논문은 뉴스 매체가 많을수록 권력과 자본의 매체 포획(Media capture)이 쉬워진다는 가설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그동안 고전적인 자유시장 원리를 따르는 학계에서는 “뉴스매체가 늘어나면 자본과 권력의 언론 포획 비용이 높아져 언론 통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 논문은 ‘(한 번 보도된) 뉴스의 수요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한다’는 점과, 뉴스매체가 오리지널 뉴스 콘텐츠로 독점적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독점 유지 기간’을 뉴스 시장 모형에 처음으로 반영했다.

독점 유지 기간은 종이신문 시대에선 하루 혹은 반나절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베끼기 보도’ 경쟁으로 수분으로 단축됐다.

뉴스매체 숫자가 100곳에서 1000곳으로 늘어나 복제 보도가 10배 증가하더라도, 각 매체의 독점유지기간이 12시간에서 5분으로, 즉 1/144로 줄어든다는 게 논문의 요지다. 결과적으로 자본과 권력이 이들 매체를 모두 포획하더라도 비용 부담은 10/144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논문은 "치열한 ‘베끼기 보도’ 경쟁과 이에 따른 오리지널 뉴스 콘텐츠의 독점 유지기간 감소는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들여 고품질 오리지널 뉴스 콘텐츠를 생산해온 레거시 뉴스매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뉴스룸 인원의 감소와 뉴스 품질의 심각한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뉴스매체들이 ‘뉴스 소비자’가 아니라 대기업 등 ‘뉴스 포획자’들을 위해 뉴스를 계획적으로 생산하고 그들한테 수입을 얻는 행태"를 경제적 원리로 규명하고 있다. 

논문은 레거시 뉴스매체들에 대해 영상, 멀티미디어 등 가급적 복제가 불가능한 콘텐츠 생산에 최대한 주력해야 하고, 복제에 한계가 있는 탐사기획 보도 등에 역량을 모으는 자구책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정부와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복제 보도를 규제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양상우 교수는 “한국 언론이 처한 저널리즘의 위기를 뉴스매체 기업으로서의 물적 토대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저널리즘적 당위와 규범에서만 초점을 맞추어 접근해선 답을 찾을 수 없다”며 “뉴스매체의 경제적 재생산 구조에 대한 이해와 진단 등 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양상우 교수는 '웹포털의 뉴스 시장 참여와 뉴스매체의 보도 편향 차별화(<정보통신정책연구>, 2020년 12월), '보도 품질이 다른 뉴스매체들 간의 정치적 보도 편향 차별화'(<Applied Economics Letters>, 2021년 8월) 등 한국 언론 현실을 경제학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상우 교수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매체의 수는 늘어나고 매체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지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미디어 경제학적으로 언론 현상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시도가 부족하다”며 “확증편향에 의해 뉴스 콘텐츠를 선택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져 이러한 변화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책을 집필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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