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눈 돌린 방송가, 시너지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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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메타버스 추리 서바이벌' 표방한 티빙 '갓스타'
tvN 메타버스 플랫폼 ‘즐거움 랜드’ 출시
쌍방향 소통 어려운 기술적 한계..."메타버스가 모든 콘텐츠 빨아들일 것"

tvN이 9일 출시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즐거운 랜드'
tvN이 9일 출시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즐거운 랜드'

[PD저널=김승혁 기자] 차세대 먹거리로 각광받는 메타버스에 방송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메타버스 개념을 올드 미디어인 방송이 어떻게 콘텐츠에 접목시킬지 주목된다.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는 비대면 시대에 가장 수혜를 입은 시장으로 꼽힌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와 네이버 '제페토'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SM이 내놓은 메타버스 아이돌 '에스파'는 말 그대로 '넥스트 레벨'을 보여줬다.  

지난 7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메타버스의 현황과 향후 과제' 자료에 따르면, 로블록스 일일 이용자는 2019년 1분기 1천 5백만 명에서 2021년 1분기 4천 2백만 명으로 171%가량 늘었다.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34조 1077억 원에서 2024년 약 329조 8559억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메타버스를 발빠르게 차용하고 있는 IT업계와 달리 현재까지 방송사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수준은 가상세계를 엿보는 정도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소통 창구로 이용하거나 출연자들이 가상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오는 29일 첫 방송을 앞둔 티빙 오리지널 <가상세계지만 스타가 되고 싶어>(이하 <갓스타>)는 가상세계에서 가상인물로 살아남을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버추얼 메타버스 추리 서바이벌'이다.  

<갓스타>는 참가자들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AI 기술인 ‘페이스 에디팅’을 활용하는데, 페이스 에디팅 기술로 힙합 프로듀서 엠쌉(M-SAB), 배우 차훈, 록밴드 멤버 데블카우, 아이돌 민휘빈과 이온 등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6명의 참가자들은 ‘부캐’ SNS를 운영하면서 시청자들과 ‘진짜’ 정체를 맞히는 추리게임을 벌일 예정이다. 

넷플릭스도 가상 시뮬레이션 예능 <신세계로부터>를 오는 11월 20일 선보인다. 모두가 꿈꿔오던 생활이 실현되는 가상세계에 이승기, 은지원, 카이 등 6명의 방송인이 초대되어 생존 미션를 벌이는 이야기다. 

오는 11일과 16일 방송되는 한글날 특집 파일럿 MBC <가나다같이>는 우리말 퀴즈를 출제하고 힌트를 제공하는 데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서비스를 사용한다.

문제 출제자 역할로 인공지능 운영체제 ‘얄리’가 등장하고, 패널들은 메타버스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이프랜드(ifland)’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에게 정답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패널과 시청자가 답을 찾기 위해 직접 소통하는 모습도 연출된다. 

<가나다같이>를 연출한 오미경 PD는 “이전 퀴즈 예능에선 사회자가 직접 나와 문제나 힌트를 줬다면, 언택트 시대와 메타버스 유행에 맞춰 퀴즈 진행 방식에 작은 변주를 주려고 했다”며 “메타버스를 처음 이용해보는 기성세대 패널들도 너무 신기해했고, 패널들과 시청자와의 소통도 원활히 진행됐다. 향후 방송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1~22일 방송된 추석 예능 MBC <더 마스크드 탤런드>(이하 <더마탤>)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방청이 어려운 상황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활용해 <더마탤> 가상 스튜디오를 마련하기도 했다. 

MBC 한글날 특집 파일럿 '가나다같이' ⓒMBC
MBC 한글날 특집 파일럿 '가나다같이' ⓒMBC

방송 프로그램에 메타버스를 활용해보는 시도는 앞으로도 늘 것으로 보이지만, 쌍방향 소통이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가상세계에서 부캐인 아바타로 직접 소통한다는 메타버스의 장점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메타버스 활용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메타버스 시장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쪽에서 더욱 가속화될 것은 분명하지만, TV와 같은 기존 미디어를 통해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를 제공할 수는 없다”라며 "메타버스적인 세계관을 활용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콘텐츠혁명> 등을 집필한 고찬수 KBS PD는 "현재 방송사들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트렌드에 앞서 간다는 이미지를 제고하거나, 세계관과 부캐 문화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끌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도"라면서 “오히려 미래 기술인 메타버스 플랫폼에 올드 미디어인 방송사나 OTT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들어가는 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방송가에서 메타버스 활용은 메터버스 플랫폼이 방송 콘텐츠를 품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방송사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건너가 콘텐츠를 선보이는 사례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tvN은 게임 개발사 디토랜드와 협업해 메타버스 플랫폼 ‘즐거움 랜드’를 오는 9일 선보인다. ‘즐거움 랜드’에서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배경인 율제병원에 방문하거나 탈출 예능 <대탈출>의 미션을 수행해보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오는 18일에는 나영석 PD, 은지원, 신동 등의 패널이 직접 '즐거움 랜드'에 들어가 <신서유기>·<대탈출>에 나왔던 게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JTBC는 <아는 형님> 300회를 맞아 ‘형님학교’의 교실과 복도 등을 구현한 맵을 '제페토'에 공개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가 자리잡기 전에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저작권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고병수 PD는 “앞으로 (메타버스 출현으로) 콘텐츠는 상호작용이 활발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기술의 완숙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메타버스 관련 저작권 문제는 해결이 안된 상황이다. 정책과 법 제도 정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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