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위주 조직·콘텐츠 손보는 해외 언론
상태바
남성 위주 조직·콘텐츠 손보는 해외 언론
미투운동·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계기로 DEI 재조명
뉴욕타임즈, 유색 인종 비율 33%까지 증가
BBC, 콘텐츠 성별 비율 동등하게 올리는 '50:50 프로젝트' 추진
"언론사별 뉴스룸 구성·콘텐츠 제작 관련 '다양성 보고서' 발간 필요"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10.08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정책리포트' 2021년 4호. ⓒ한국언론진흥재단

[PD저널=손지인 기자] 미투 운동,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사들이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을 의미하는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실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언론도 'DEI' 실현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뉴욕타임스, 영국 BBC 등 해외 언론에서 ‘DEI'를 주목하게 된 계기와 주요 사례를 모아 ’미디어정책리포트‘(2021년 4호)를 최근 발간했다.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 (DEI): 사회적 갈등 완화를 위한 저널리즘적 노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언론사를 중심으로 ‘DEI'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뉴스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미투 운동 이후, 남성 중심의 뉴스룸을 갖추고 있던 언론사에도 조직 구성의 다양성 등이 강조되고, 사건의 발단이었던 경찰의 폭력성보다 흑인의 약탈 등을 강조해 보도했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역시 언론이 다양성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뉴욕타임스의 ‘DEI’ 가치 실현은 뉴스룸 구성에서 두드러진다. 뉴욕타임스는 다양한 배경의 인력으로 뉴스룸을 구성하기 위해 2017년부터 뉴스룸 ‘DEI’ 중장기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2022년부터 경영 부서에 ‘DEI’ 책임자를 배치하고, 고위급 직원의 평가와 보수에 ‘DEI’를 반영하며, 2025년 말까지 고위급 직원의 50%를 흑인과 라틴계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은 전체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이 2015년 45%에서 2020년 52%로 증가하고, 같은 기간 고위급 직원에서의 여성 비율도 40%에서 52%로 상승하는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전체 직원 중 유색 인종 비율은 27%에서 33%로 늘었고, 유색 인종인 고위급 직원은 17%에서 23%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남성, 백인, 사회경제적 엘리트 위주의 뉴스룸 구성은 사회에서 주변화된 사람들을 과소 표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뉴스룸의 DEI는 사회 구석구석을 비추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저널리즘 미션 수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50:50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송사 중 41개 방송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언론진흥재단
'50:50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송사 중 41개 방송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언론진흥재단

영국 BBC는 2017년부터 출연하는 인물의 성별 등을 동등한 비율로 맞추는 ‘50:50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기자, 논평가 등 방송사가 제어할 수 있는 출연자들의 남녀 비율을 동등한 수준으로 맞추는 식으로 이뤄진다. ‘50:50 프로젝트’는 음악이나 스포츠 프로그램에도 적용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송사 중 41개 방송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 재현 비율이 50% 이상인 프로그램이 프로젝트 초기에는 31%였지만 2021년 봄에는 5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 재현 비율이 40% 이하인 프로그램은 42%에서 23%로 19%p 감소했다.

‘50:50 평등 프로젝트’에 대해 보고서는 “‘나와 같은 사람’이 방송 프로그램이나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할수록 수용자는 해당 콘텐츠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콘텐츠 DEI는 규범적 측면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 더 많은 수용자를 확보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콘텐츠를 노출하는 단계에서는 ‘DEI’ 가치가 발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소셜 미디어, 검색엔진, 포털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자체적으로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개인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이용자별 프로파일, 과거 콘텐츠 이용 이력, 사회관계망의 특성 등의 요인에 따라 설계되는 노출 알고리즘은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보다는 편향성을 강화시키는 필터 버블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뉴스룸과 콘텐츠 영역에서의 ‘DEI’가 수용자에게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인 콘텐츠 노출 단계에서의 ‘DEI’가 확보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언론계에선 DEI 가치를 우선시하는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보고서는 “DEI를 명시적으로 표방하지는 않지만 최근 한국 언론에서도 유사한 노력이 있었다. 특히, 과거에 비해 뉴스룸에서 여성 언론인의 비율이 확대되고 있으며, 편집국장 등 고위직에 임명된 사례도 있다”면서 “이런 노력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는 뉴스룸 구성과 콘텐츠 구성에 있어 다양성 구현의 정도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언론사별 뉴스룸 구성과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담은 ‘다양성 보고서’ 공개 △ ‘다양성 보고서’ 제작에 공적 기금을 지원하는 방안 모색 ▲DEI 관련 언론 연수 프로그램 개발 △언론사별 DEI 담당자 대상의 연수를 통한 DEI 확대 보급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 전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www.kp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