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홍준표' 보도에 가려진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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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홍준표 우세 여론조사 결과 이어지고 있지만, 무당층 50% 육박
청년층 공략 나선 후보들 "청년 현실 본질 짚지 못해" 평가
'무야홍' 등 조어 전파하는 언론..."이미지 정치 띄우는 보도 주의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최종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청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최종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청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장세인 기자]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20대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청년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지만, 40~50%에 달하는 청년 무당층의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일찌감치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MZ 세대 공략에 나섰다. 온라인에선 '민지(MZ)'를 호명하며 친숙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청년기본소득' '학점비례 등록금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청년원가주택'(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모병제 지원병제 전환'(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등 청년층을 겨냥한 공약도 내놨다. 

윤석열 후보 측은 지난 8월부터 ‘민지야 부탁해’ 캠페인을 통해 정책 공모를 받고 있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민지야 부탁해’ 캠페인으로 이메일만 총 250건 정도가 들어왔다"며 “상시적으로 의견을 받고 있으며 관련한 내용을 각 분야의 공약 발표에 녹여내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까진 2030세대 지지세가 가장 큰 후보는 홍준표 의원이다.

13일 <머니투데이> 더300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전국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가상 대결' 조사 결과 홍 후보는 20대에서 이재명 후보는 40대에서 우위를 보였다. 홍 후보는 20대 45.9%의 지지를 얻어 이 후보 (32.1%)에게 오차 범위 밖의 우세를 거뒀다.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LH 사태' 등 불공정 이슈에 목소리를 키우면서 '사법고시 부활' '모병제 전환'  공약 등으로 청년층과 남성을 집중 공략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젠더갈등을 해소하겠다'면서도 '여성가족부 통폐합' '여성할당제 점진적 폐지'를 내세운 홍 후보의 여성 공약을 두고는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특히 '페미니즘을 휴머니즘, 패밀리즘으로 전환하겠다'는 슬로건은 "페미니즘을 부정하는 것뿐"(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청년층은 무당층이 많아 어느 정당이나 중도 확장을 위해 주요 집단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만, 여가부 폐지 등 정책을 보면 성별 편향성이 드러나는 게 문제”라며 “청년을 표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함께 정치하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청년층을 승부처로 바라보고 있지만, 2030세대가 겪는 문제와 현실이 정책과 공약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포준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서 ‘선호하는 대선후보 없음’ 응답 비율은 20대(18세~29세)가 32%로 가장 높았다. 모름, 응답 거절까지 포함하면 20대 무당층은 49%에 달한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주원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과거 대선주자들도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공공일자리나 비정규직 위주였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이번 대선주자들의 청년 정책도 노동환경 개선 등을 위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고, 부동산 공약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평가를 하는 수준이다. 본질을 짚지 못하고 네거티브 공격만 하고 있으니 청년들이 기성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년이 왜 분노하는지 귀 기울이지 않고 표출된 불만을 활용하는 데만 정치권이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대선대응청년행동 활동가들이 6일 오후 대선주자들을 향해 '10월30일 분노의 깃발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0.06. ©뉴시스 김병문 기자
2022대선대응청년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6일 오후 대선주자들을 향해 '10월30일 분노의 깃발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을 대상화하는 후진적 선거전은 언론의 책임도 크다. 쏟아지고 있는 언론 보도를 보면 청년들이 원하는 정책을 조명하기 보다는 후보들이 내세운 이미지를 강화하는 게 대다수다.   

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지난 8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유력 대선주자 3명의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홍준표 후보는 ‘무야홍’이 연관어로 떴다. 홍 후보가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띄운 ‘무야홍’이라는 조어를 언론이 적극적으로 받아쓴 결과로 보인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감정이나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편을 가르고 자기의 지지층을 확보하는 전략은 정치 자체를 포퓰리즘화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언론은 후보를 묘사하거나 캠프에서 제시하는 특정 이미지를 강조하는 보도에 주의해야 한다.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상징정치보다 정책에 대한 바람직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보도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청년층은 이미 확실한 프레임이 있는 다른 연령층과는 달리 공을 들인 만큼 표가 나오기 때문에 대선주자들이 끊임없이 온라인으로 소통하려 드는 것”이라며 “선진국에 걸맞은 정치가 이루어지려면 청년들은 후보들의 정책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후보들은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여기에 언론은 유권자들의 성숙하고 건강한 선택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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