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나이 선녀님', 치열한 하루를 마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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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세 강원도 토박이 임선녀 할머니, 글공부에 새 집 짓기 도전하는 열정 충만 라이프

ⓒ제작사 큰물고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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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승혁 기자] “나는 배우지 못해서 하루하루 산다고 말하면서 살았어요. 그냥 ‘나는 생각이 없어요. 하루하루 살아요’ 라고요.”

지난 20일 개봉한 <한창나이 선녀님>(감독 원호연)은 강원도 삼척 어느 깊은 산골짜기에서 홀로 살아가는 임선녀 할머니(68세)의 소박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지난 9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평생 동안 겨우 산 하나를 넘은 정도의 거리만 가본 임선녀 할머니 오전엔 택시를 타고 시내에 나가 글공부를 하고, 오후엔 집으로 돌아와 소를 돌보거나 나무에서 감을 딴다. 지붕에서 말린 도루묵을 거두며 자식들을 생각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마치 어디서 본 듯한 시골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18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을 와 자식을 먹여 살리는 데 평생을 바친 할머니는 ‘버킷리스트’와도 같은 새집 짓기에도 과감하게 도전한다.  

“이제는 서울로 올라와서 살라”는 자식들의 핀잔에도 “이놈들아 그래도 엄마도 좋은 집에서 살아보고 죽어야지”라고 경쾌하게 맞받아치는 그녀의 모습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는 젊은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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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남이 있다면 지난 것과의 헤어짐도 있는 법. 영화는 새집 짓기를 앞둔 선녀 할머니가 낡은 집을 뒤로하고 하나 둘 오래된 추억을 정리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는다. 

몸이 힘들어 더 이상 소를 키우지 못하게 된 할머니가 오랜 세월 함께해 온 어미 소에게 두붓물을 여물로 주며 작별 인사를 대신하는 장면이나, 평생 고이 간직해 온 옛 저고리를 불에 태우는 장면, 아궁이 열에 눌러 붙은 장판과 누렇게 해진 벽지 등은 그녀의 치열했던 인생사를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의 부탁으로 글공부를 시작했다는 할머니의 순수한 학구열도 깊은 인상을 준다. 비록 ‘윷놀이’를 ‘윷놐이’라고 쓰는 할머니이지만, “험한 세상을 나 없이 어떻게 살아가려고. 부지런히 공부하라”는 남편의 말에 악착같이 문해 교육 전 과정을 마친다. 

영화 후반부 졸업식에서 “남들 다하는 공부는 그림의 떡일 뿐, 나는 소처럼 일만하며 농사를 배웠습니다”라는 연사의 말은 인고가 묻어나는 선녀 할머니의 지난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지만, 끝내 가장 영글게 반짝이는 삶을 일궈낸 현재 할머니의 모습과 퍽 대비되며 깊은 여운을 준다.

이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선녀 할머니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또 하나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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