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네임', 흐릿해진 K드라마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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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원톱 누아르 내세웠지만, 홍콩영화 오마주로 보이는 '마이 네임'
세계적인 인기 끌고 있는 K드라마 공통점은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만든 글로벌 신드롬에 대한 외신들의 분석들을 보면 이 작품이 그저 하나의 우연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관점들이 눈에 띤다. <킹덤>이나 <D.P.>, <인간수업>, <스위트홈> 같은 넷플릭스를 통해 알려진 K드라마에는 어떤 일관된 색깔이 존재하는데, <오징어 게임>도 그 흐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여러 가지 표현들이 등장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그 색깔은 ‘로컬의 색깔을 진정성으로 담고 있는 웰메이드 장르물’이다. K드라마는 국가를 뛰어넘어 글로벌 대중들이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르물을 잘 만들어내는데, 거기에 독특한 한국적 색깔과 메시지가 담기는 게 특징이다. 

<오징어 게임>은 데스 서바이벌 장르에 한국 특유의 계급화된 경쟁사회의 색깔을 담아냈고, <킹덤>은 좀비 장르를 조선시대라는 배경으로 풀어냈다. <D.P.>는 군대 소재이면서 형사물 같은 장르의 특성을 가져와 한국의 군대문화를 더했고, <인간수업>은 한국 청소년들의 현실을 <브레이킹 배드> 같은 작품의 색깔로 그렸으며, <스위트홈>은 크리처물을 한국의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펼쳐냈다. 

그렇다면 최근 넷플릭스가 내놓은 새로운 K드라마 <마이 네임>은 어떨까. <인간수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진민 감독이 내놓은 <마이 네임>은 느와르 장르의 드라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그 범인이 경찰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경찰에 잠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언더커버’류의 장르물. 김진민 감독이 스스로 참고를 했다 밝혔듯 <무간도>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결국 지우는 복수를 꿈꾸지만 조직의 명령과 경찰들과의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고, 의외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피가 철철 흐르고, 살점이 칼에 날아가는 잔혹한 액션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우리에게는 <올드보이>나 <아저씨> 같은 조폭들이 등장하는 액션이 먼저 떠오른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

한국 콘텐츠의 액션은 해외에서도 차용하고 싶을 정도로 색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존윅3>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영화 속 오토바이 액션이 정병길 감독의 <악녀>에 대한 헌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한국 콘텐츠의 액션은 ‘치고 받는’ 타격감이 남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조폭 액션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저 일방적으로 때려눕히는 것이 아니라 맞아가면서도 끝까지 버텨내는 그런 액션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마이 네임>의 색깔은 이 액션의 차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간 조폭 장르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여성 히어로로서의 지우는 덩치들과 힘으로 맞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급소들만 노리는 싸움을 선택한다. 또 잘 때리는 것만큼 넘어져도 끝까지 일어나는 근성의 힘으로 싸운다. 이 부분이 <마이 네임>이 가진 독특하다면 독특한 액션의 질감이다. 

하지만 여성 히어로나 액션의 질감을 빼놓고 보면 <마이 네임>은 그 이상의 K드라마가 가진 색깔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 때 <영웅본색>이후 <첩혈쌍웅>으로 이어졌던 홍콩 영화의 오마주처럼 보이는 느와르 장르의 충실한 재현처럼 보인다. 청소년 성매매, 학교 폭력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가져왔지만 그 안에 인간의 어떤 선택과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인간수업과>과 <마이 네임>이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장르적 재미와 자극에 충실해지면서 <마이 네임>은 K드라마라는 독특한 정체성에서 조금 멀어진 느낌이다. 

공교롭게도 <마이 네임>은 지우라는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K드라마들이 저마다의 확고한 정체성을 추구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들어 위상이 높아진 만큼 ‘K’에 해당하는 색깔에 대한 요구는 우리만이 아닌 해외의 팬들에게도 나오는 목소리가 됐다. 그런 점에서 <마이 네임>은 충분히 장르에 충실해 즐길만한 작품이긴 하지만 K드라마의 정체성을 드러낼 만큼 매력적인 메시지나 세계관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K드라마는 이제 웰메이드는 기본이고 그 이름에 걸맞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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