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영철 다큐' 뚜껑 열어보니 모호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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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유영철 다큐' 뚜껑 열어보니 모호한 메시지
넷플릭스 3부작 다큐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 국내 반응 미지근
싱가포르 제작사에 한국계 스태프 참여..."잔혹성에 가려진 사람들에 방점"
“미국식 연쇄살인마 상투적인 이미지 차용”...“한국 범죄사건 글로벌 소구력 실험해본 듯”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1.10.29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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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 유영철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레인코트 킬러'.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레인코트 킬러'.

[PD저널=장세인 기자]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이하 <레인코트 킬러>)가 국내에서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공개 전에는 2000년대 초반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를 해외 제작사가 어떻게 다룰지 관심이 쏠렸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넷플릭스 <레인코트 킬러>는 싱가포르 제작사인 비치하우스 프로덕션 픽쳐스가 미국의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롭 식스미스 감독, 한국계 캐나다인 존 최 감독, 강유정·박근형·제시카 리 프로듀서 등 한국의 스태프들과 함께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한 크라임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제작진은 "가장 가까이에서 사건과 접했던 이들의 다양한 육성과 당사자의 1인칭 시점이 공존하는 접근 방식을 통해 사건의 잔혹성에 가려진 ‘사람들’에 방점을 찍은 다큐"라고 <레인코트 킬러>를 소개했다. 

<레인코트 킬러>는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일선 형사들과 권용일 프로파일러,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의 전문가들, 피해 유가족의 인터뷰를 통해 추적했다.

사건과 연관된 관계자들의 방대한 인터뷰에 유영철의 1인칭 관점으로 사건을 재연한 방식도 눈에 띈다. "역사를 보더라도 시대가 혼탁할 때마다 민란이 일어나고 의적의 무리가 나섰다”, “물고기 아이큐는 0.7이라는데, 그런 물고기를 놓치는 낚시꾼들은 아이큐가 얼마일까”라며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고 공권력을 조롱하는 듯한 유영철은 내레이션은 섬뜩함을 안긴다. 

제작진이 기획 의도에서 밝힌 “프로파일링 기법의 탄생, 경찰 수사 기법, 사회학, 계급 문제, 그리고 밀레니엄의 시초에 아주 흥미로운 도시였던 서울에 관한 이야기"도 '묻지마 살인사건'이 등장한 배경으로 비중있게 담겼다. 

이렇다보니 제작진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톡방에는 “유영철과 무능했던 경찰의 영웅담이냐”, “여러 명이 여러 이야기를 해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기획의도를 모르겠다”, “연쇄살인사건을 마치 해외 토크쇼처럼 구성한 것 같다” 등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3부작 중에 1화, 2화를 보고 시청을 포기했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 22일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한국 TOP10 4위까지 올랐던 <레인코트 킬러>는 현재 6위로 떨어졌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의 예고편.
넷플릭스가 공개한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의 예고편.

한국계 스태프가 참여한 다큐멘터리지만, 국내 시청자들의 정서를 읽어내지 못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레인코트 킬러>의 제작진에게 자문을 해준 장형원 MBC PD(2005년 <PD수첩> ‘유영철 보고서-거짓 속에 진실’ 편 연출)는 서구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다 보니 한국 시청자나 유가족들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장형원 PD는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유영철이 저지른 범죄의 성격과 중요한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범죄와 상관없이 현장검증 때 입은 ‘레인코트’를 썼다. 서양에서 많이 소비하는 어둡고 비 오는 날 무기를 든 미국식 연쇄살인마의 상투적인 이미지를 차용한 것 같다”며 “범죄자 기억에 따른 드라마타이즈나 당시의 상황 묘사는 아직 사건을 잊지 못하신 분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범죄 다큐와 국내 시사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지상파 시사교양PD는 “범죄 배경이나 범죄자, 관련된 사람들 모두 본격적으로 비추지 못하고 지나가는 식이라서 기둥이나 줄기가 없고 가지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혼란스러울 수 있고, 이미 아는 사건을 놓고 변죽만 울리는 듯한 구성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사교양 PD는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크라임 다큐와 스토리텔링, 전개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다큐멘터리물과도 차별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평한 뒤  “다만 제작 기간이 긴 만큼 인터뷰가 자연스럽다. 기동대장이 당시 자신의 상황과 역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고 인터뷰이의 캐릭터가 잘 드러난 것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아시아나 한국적인 것들이 얼마나 해외시장에서 소구력이 있을지 일종의 실험을 해본 것 같다. 한국의 범죄사건이 과연 글로벌 콘텐츠로 반향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해외 시청자들은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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