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사생활 침범하는 '디스패치' 폭로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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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패치, 김선호 전 연인 실명 거론하며 해명 요구까지
'전매특허' 문자메시지 공개, 알권리로 포장
"사건의 일방 악마화하는 보도...'디스패치'에 권위 부여하는 언론도 문제"

26일 배우 김선호씨의 전 연인 A씨의 주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디스패치' 보도와 이를 받아쓴 기사들.
26일 배우 김선호씨의 전 연인 A씨의 주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디스패치' 보도와 이를 받아쓴 기사들.

[PD저널=손지인 기자]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주도한 폭로 저널리즘으로 유명인의 내밀한 사생활이 까발려지고 있다. 입수한 문자메시지를 무기 삼아 여론재판을 내리는 디스패치식의 보도로 보호받아야 할 유명인의 사생활까지 알권리의 범주에 포섭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디스패치>는 배우 김선호씨가 낙태를 종용했다는 전 연인 A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사를 냈는데, 그 주요 근거는 A씨가 김선호씨에게 보낸 문자와 김선호씨가 연애 문제와 관련해 친구 B씨와 나눈 문자 내용이었다. <"OOO 씨에게 묻습니다"…김선호, 왜곡된 12가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A씨의 실명을 적시한 <디스패치>는 A씨에게 적극적으로 해명을 요구했다. <디스패치>는 "이건 사회 문제가 아닙니다. 두 사람의 연애 문제"라면서도 김선호씨가 부모에게 A를 소개했는지 등 연인관계의 사적인 내용까지 기사화했다. 

<디스패치>는 지난 8일엔 <“평창 금메달이 창피해”…심석희, 국가대표 조롱 논란>을 통해 국가대표 여자 쇼트트랙 선수인 심석희씨와 국가대표 코치 B씨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나눈 문자 메시지를 단독으로 공개했다. 문자에는 심석희 선수가 동료 선수를 험담하고, 고의 충돌을 의심할 여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논란이 일었다.

의혹을 받는 유명인이 지인이나 관계자들과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입수해 공개하는 취재보도 방식은 <디스패치>의 전매특허다. 지난 2015년 가수 겸 배우인 김현중씨와 그의 전 연인이 나눈 문자, 지난 4월 배우 서예지씨와 김정현씨가 연인 시절 나눴던 문자도 이런 방식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이를 두고 쌍방의 엇갈린 입장 속에 가려진 사건의 실체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폐해는 이보다 더 크다. 

지난 21일 언론인권센터는 심석희 선수 관련 <디스패치> 보도에 대해  “디스패치가 공개한 심 선수의 메신저 내용에는 선후배 비하, 팀 동료, 코치를 험담한 내용 등 ‘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며 "아무런 고민 없이 해당 내용을 공개한 디스패치로 인해 피해자는 심각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디스패치>의 '단독' 보도는 이를 받아쓴 매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심석희 선수와 코치 간에 오간 문자가 공개된 이후 <‘한팀’이라던 심석희, 김아랑에 ‘병X’ 최민정에 ‘개XX’…뒷담화 논란>(조선일보, 10월 8일), <"김아랑? 병X이라 그래"…심석희, 동료 비하 메시지 논란>(이데일리, 10월 8일), <"토 나와"·"개XX"···심석희, 동료 비하·욕설 문자 '파문'>(서울경제, 10월 8일) 등 다수 매체는 문자 내용에서 자극적인 부분을 꼽아 기사를 작성했다.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쌍방이 있는 사건에서 한쪽을 몰아세우는 태도를 취하는 점도 문제다. <디스패치>는 2015년 김현중 전 연인 인터뷰와 카카오톡 메시지 공개를 통해 김현중씨의 폭행 의혹에 무게를 실었지만, 2020년 대법원은 김현중의 손을 들어줬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사적인 문자내용은 ‘알권리’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영역”이라며 “맥락과 전후 사정은 모르는 것인데, <디스패치>는 일부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으로 한 쪽을 악마화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사무처장은 “더 큰 문제는 <디스패치>의 문제적인 보도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수용하며 그대로 가져다 쓰는 언론이 있다는 것”이라며 “다른 매체들이 <디스패치>에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데, 언론과 대중이 <디스패치>에 힘을 실어 주는 것부터 자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디스패치> 측은 문자 공개는 폭로 목적이 아니라 팩트와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공개된 내용도 사생활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임근호 <디스패치> 편집국장은 “심석희 선수 보도와 관련해 문자 중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다만 올림픽 경기, 승부 조작 모의 등과 관련된 것이라면 사적인 영역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것은 국가대표의 자격, 품위, 태도의 문제이고 나아가 사건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는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선호 전 연인의 실명과 문자 메시지 등을 보도한 이유에 대해선 “독자들에게 우리 취재 내용을 보고 객관적으로 비난, 비판하라고 보여준 것”이라며 "셀럽으로 볼 수 있는 그녀도 자신의 무책임한 글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름이 이미 온라인에 공개됐고 대부분 알고 있는 상황이라 이니셜 보도가 의미 없기도 했다“고 밝혔다.

[ 디스패치 입장 추가 반영 : 10월 27일 오후 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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