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저널리즘 본질은 '좋은 의문'...정론 언론 살아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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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저널리즘 주간’ 기조연설 나선 손석희 전 '뉴스룸' 앵커
"사회적 공분 시간 지나면 사그라들고 의제 생명력 짧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2021 저널리즘 주간' 기조연설 중인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
'2021 저널리즘 주간' 기조연설 중인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

[PD저널=장세인 기자]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정파성과 상업성을 내세운 매체가 득세한 미디어 환경에도 "정론의 길을 걷는 언론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TBC 해외순회특파원으로 출국을 앞둔 손석희 전 앵커는 28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21 저널리즘 주간’ 행사에서 ‘다시 일상으로, 다시 저널리즘의 본질로’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레거시 미디어에 있다가 디지털 미디어 시대로 운 좋게 넘어온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손 전 앵커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역설했다. 

그는 “매스미디어는 대중의 영향이 줄어드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고, 심지어 불신의 대상이나 (대중과) 적대적인 상황이 됐다”며 “유튜브가 (대중의) 저항의 무기가 되는, 기존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대로 매우 중대한 과도기 속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미디어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그는 언론의 위상과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저널리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손 전 앵커는 “조금 용기를 내서 말하자면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100년 전에도 가장 큰 화두는 정파성과 상업성이었는데, 그런 시대에도 깨어있는 대중과 합리적인 사회 구성원을 위한 정론지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대 속에서도 정론(을 걷는) 언론은 필요하고, 정론 언론도 살아날 길을 찾을 것”이라며 “매우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저널리즘과 본래 저널리즘을 맞바꿔서 살아남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런 저널리즘은 이미 무료로 공급되고 있다. 정말 중요한 기사라면 마땅히 소비해줄 시민사회가 있다”라고 했다. 

손 전 앵커는 언론의 역할로 어젠다(의제) 설정과 함께 어젠다 세팅을 강조했다. 

6년 넘게 JTBC <뉴스룸>을 이끌었던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 당시에 했던 고민을 털어놓으며 어젠다 세팅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손 앵커는 어젠다 세팅이 어려운 이유를 ‘미디어 영향력’, ‘사회적 공감대’, ‘강력한 어젠다의 등장’, ‘피로감’ 네가지의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공분하는 두 가지 요소는 감정적인 부분과 논리적인 부분인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할 때 공분이 커진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사그라든다. 논리는 틀린 것만 아니라면 남는다. 그 때, 간신히 논리만 남은 순간에도 의제를 지킬 것이냐 하는 고민이 생긴다”고 전했다.

“언론이 마지막 남은 논리마저도 다루지 않고 닫아버린다면 우리 사회에는 감정도 논리도 남지 않은 채 모든 것이 닫혀버린다. 의제의 생명력은 짧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킨다면 그 의제에 대한 새로운 감정과 논리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앵커는 <뉴스의 시대> 출간을 계기로 작가 알랭 드 보통을 인터뷰했던 일화를 떠올리며 "'완벽한 무편향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편향을 선택하는 게 어떠냐'는 (알랭 드 보통의) 화두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극단주의를 경계해야만 합리적 시민사회 속에서 언론도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래야만 언론의 존재 이유인 인본주의와 민주주의 담론이 실현 가능한 영역 속에 들어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2021 저널리즘 주간' 기조연설 후 시청자와 질의응답 중인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
'2021 저널리즘 주간' 기조연설 후 시청자와 질의응답 중인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PD저널

그는 유튜브로 기조연설을 시청한 이용자가 던진 '진정한 저널리스트가 되려면 무엇을 갖추어야 하냐'는 질문에는 “문제의식이다. 문제의식이 있어야만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는 제기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해결되지 않더라도 문제의식은 저널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그 과정은 지혜롭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저널리즘의 본질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의문”라고 답한 손 전 앵커는 “의문을 갖다 보면 모든 답이 나올 것이고 그 의문은 좋은 의문이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극복과 언론 신뢰 회복의 의미를 담아 '다시, 저널리즘(Re;journalism)'을 주제로 정한 '2021 저널리즘 주간'은 29일까지 진행된다. 오는 29일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보스턴글로브>의 심층취재 활약을 담은 영화 <스포트라이트> 속 편집국장의 실존 모델인 마틴 배런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이 ‘뉴스룸의 새로운 리더십’을 주제로 이소정 KBS 앵커와 특별대담을 나눈다. '2021 저널리즘 주간'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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