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논의 미룬 국회...언론도 무관심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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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문화·매경·서경 한달 동안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 ‘0건’
민언련 "차별 금지하는 일에 관심조차 없다는 의미"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공동집행위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21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공동집행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21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김승혁 기자] 국회가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 심사 기한을 2024년 5월까지 연장한 가운데 다수 언론도 차별금지법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한 차례 연장했던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 기한을 21대 국회 임기만료일인 2024년 5월 29일으로 다시 연장했다. 지난 2007년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14년 동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30일의 도보행진이 시작된 지난 10월 5일부터 법사위가 심사 기한 연장을 결정한 9일까지 주요 신문의 관련 보도를 살펴본 결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론의 홀대는 여전했다.  

종합일간지 10곳과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서울경제>·<한국경제>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에서 이 기간 동안 <동아일보>·<문화일보>·<매일경제>·<서울경제>는 차별금지법 관련 기사가 전무했다.

민언련은 “10월 1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도보행진이 시작되었고, 11월 3일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권인숙‧박주민‧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대선 후보에게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며 “그럼에도 해당 기간 ‘무보도’로 일관한 언론은 차별을 금지하는 일에 관심조차 없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언론사별 차별 금지법 보도 건수' 민언련 신문 모니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사별 차별 금지법 보도 건수' 민언련 신문 모니터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차별금지법 보도를 각각 1건, 2건 냈지만 대선주자 행보 기사에 곁가지로 다루거나 논란거리로 치부했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차별금지법, 일방통행식 처리 안돼”>(11월 9일)에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언급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독계를 만나 차별금지법에 대해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발언을 다룬 수준에 그쳤다.

<한국경제>는 <대졸공채도 불법?…여 차별금지법 논란>(11월 4일)에서 이상민 의원이 낸 차별금지법안을 문제 삼으며 “학력, 고용형태 등 비슷한 법안이 있는 선진국엔 없는 기준까지 포함됐다”며 “전문가들은 이 조항에 따르면 ‘대졸공채’도 불법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언련은 “(한국경제) 기사에 인용된 ‘개인 능력의 차이까지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정선미 인권수호변호사회 상임대표 주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에 찌든 시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계 신문인 <국민일보>는 12건의 보도를 쏟아냈지만, 차별금지법에 반대해온 보수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치중했다. 

교계 뉴스 등을 다루는 ‘미션라이프’ 지면을 통해 <“차별금지 슬로건 이면엔 ‘자유’ 제한할 우려 있다”>(10월 7일), <“차별금지법 국회 통과 적극 막아달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요청>(10월 14일), <“문 대통령 차별금지법 논의 시도 중단하라”>(11월 8일) 등 교계의 입장을 전했다.

10월 13일자 한겨레 사진 기사.
10월 13일자 한겨레 사진 기사.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를 가장 많이 낸 <한겨레>(22건)와 <경향신문>(17건)은 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한겨레>는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이 기고한 <500km 평등길을 출발하며>(10월 12일) 칼럼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도보행진 소식을 전하고, 이후 <차별금지법 제정, 올해엔 꼭!>(10월 13일)과 같이 도보행진 시작을 알리는 사진·르포 기사, 사설 등을 실었다. <경향신문>도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의 칼럼 <#평등길1110>(10월 5일)을 시작으로 <방기된 차별금지법, 국회도 대선 후보도 책임있게 논의하라>(11월 4일) 사설 등으로 국회와 대선 후보들의 차별금지법 논의를 촉구했다.

민언련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작년 시행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8.5%가 우리 사회 차별 해소 방안으로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차별금지법으로 모든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못하는 곳에서 차별·혐오를 없앨 수 있다고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국회와 정치권이 입법 논의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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