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조명한 KBS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2부는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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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원 PD "촬영 중에도 산재 사망사고 계속 발생...무거운 책임감 느껴"

KBS 1TV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 예고편 화면 갈무리.
KBS 1TV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 예고편 화면 갈무리.

[PD저널=김승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돼도 바뀌려면 아직 멀었구나. ‘내가 조금 더 많이 힘을 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산재 사고는 개인의 죽음이 아니고 사회가 안전을 방치해서 만든 죽음들이잖아요.”

12일 방송된 KBS 1TV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는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청년 노동자 故 김용균씨의 3주기 특집 다큐멘터리로, 산재 피해자 유가족 모임인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의 투쟁기를 담았다. 

서지원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는 PD는 “처음엔 산재 피해로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분들의 모습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촬영 중간에 일어난 중대재해처벌법 단식농성과 일련의 산재 사건을 겪으면서 ‘왜 계속 죽을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며 “PD로서 산재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작에 들어가 보니 모르고 있는 부분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근무 중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세상을 떠난 故김용균의 어머니, 현장실습 중 괴롭힘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故김동준군의 어머니 강석경씨,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故김태규씨의 어머니 신현숙씨 등 방송에 담긴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유가족들의 '29일 단식농성' 끝에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도 일터에서의 죽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이후 지난 9월까지 총 678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 방송 다음날인 13일에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의 한 화학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지난 10월 현장실습 도중에 숨진 故홍정운군의 아버지 홍성기씨가 “정운이가 고등학교 들어갈 적에 ‘저는 대학 안 가고 해양레저학과를 가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아버지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서 돈을 벌러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주는) ‘정운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스스로 알아서 했다’고 계속 강조했다”며 담담히 말하는 장면은 법 제정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날카로운 일침을 가한다.

서 PD는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지난 4월 평택항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이선호씨와 같은 예상치 못한 산재가 촬영 중에도 끊임없이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해가 갈수록 회원들이 늘어나는 ‘다시는’ 모임을 보면서, 있어서는 안 될 ‘슬픈 신입생 환영회’ 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서 PD는 “보통 방송이 끝나면 후련한 마음이 드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되레 마음이 먹먹해지고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며 “우리들은 모두 산재가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알고 있지만, 당장 내 일은 아닌 것처럼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부디 2부를 만드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이니까”라고 했다.

산재 사고로 세상을 떠난 청년 노동자들. ⓒKBS
산재 사고로 세상을 떠난 청년 노동자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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