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보도, 검증과 공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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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보도, 검증과 공해 사이
윤석열 배우자 김건희 대표, YTN 등 언론 인터뷰 통해 허위경력·쥴리 의혹 해명
언론 김건희 검증 본격화...'성형'·'과거 이력' 사생활 공세 지속
"배우자 과거도 검증 대상이지만...'쥴리 보도' 여성혐오적 인식 깔려있어"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1.12.16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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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가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자리하고 있다. 2019.07.25.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19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배우자 김건희 대표와  함께 참석한 모습. ⓒ뉴시스

[PD저널=손지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에게 검증의 칼날이 향하고 있다. 김 대표의 허위경력 기재 논란에 대한 검증 보도가 본격화한 모양새지만, 윤 후보가 대선판에 뛰어든 이후 언론의 가장 큰 관심사는 김 대표가 예명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 루머였다.      

김 대표가 받고 있는 논문 표절·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허위이력 기재 의혹 등은 윤석열 후보의 리스크로 돌아왔다. 김 대표는 언론의 접촉을 피해오다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하다는 심정을 드러냈는데, 오히려 해명이 의혹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YTN은 지난 14일 김건희 대표가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에 제출한 지원서 경력사항에 “설립되지도 않은 한국게임협회에서 기획이사로 일했다고 했거나 받지도 않은 대상을 받은 것처럼 적혀 있”다고 보도하면서 김 대표 해명을 실었다. 

하지만 다수 언론은 여전히 ‘쥴리’ 공방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 ‘쥴리 의혹’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김 대표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쥴리라는 예명을 쓴 김건희에게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자의 주장을 전한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의 보도를 받았는데, 오마이뉴스 내부에서도 “공직후보자 검증에 필요한 사안인지 의문"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황색언론 행태로 비판받고 있는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난 14일 제보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쥴리는 따로 있다”고 주장한 방송도 <파이낸셜뉴스> <세계일보> 등의 매체가 받아썼다.   

지난 14일 YTN이 단독 보도한 '김건희 단독 인터뷰...교수지원서에 '허위 경력'·수상 경력도 거짓' 리포트 갈무리.
지난 14일 YTN이 단독 보도한 '김건희 단독 인터뷰...교수지원서에 '허위 경력'·수상 경력도 거짓' 리포트 갈무리.

자극적인 표현으로 김 대표의 과거와 신상을 공격하는 보도는 포털 검색어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김 대표가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 ‘쥴리’를 처음 언급한 지난 6월 30일부터 15일까지 구글 트렌드에서 김건희 대표를 검색한 결과, 관련 검색어로 ‘나이’ ‘쥴리’ ‘성형’ 등 검증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키워드가 떴다. 열린공감TV의 보도 이후 지난 9일엔 김 대표 검색량이 윤석열 후보를 웃돌기도 했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도 지난 6개월 동안 '쥴리' 검색어가 '논문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허위 경력' 등의 키워드보다 검색량이 많았다.     
   
김 대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대선후보 배우자에 대한 검증의 원칙과 기준을 정립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은 15일 “대통령 부인 뽑는 게 아니다”고 김건희 대표에 대한 검증이 과도하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대선후보의 배우자도 검증 대상에 포함된다는 게 중론이다. 결혼 전의 일이라도 위법행위가 있었을 경우에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남편이나 부인이 고위 공직에 나가게 되면 그와 굉장히 가까운 사이인 배우자는 비자발적 공인이 된다. 그 배우자는 대통령과 함께 행사도 가고 국정 보조 역할도 하지 않는가. 충분히 공적인 역할을 하는 자리”라면서 “후보의 배우자로서 도덕성이나 불법행위를 한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한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건희씨를 둘러싼 논문이나 경력에 대한 문제는 따져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통령 후보 배우자는 배우자가 대통령이 됐을 경우에 공적 예산 및 인력을 지원 받는다. 당연히 대선 후보 배우자도 공적 위치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게 맞고, 따라서 검증 받는 게 맞다”며 “그의 경력이 부풀려졌다거나 허위로 제출해서 어느 직이나 사회적 역할을 부여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것은 분명한 검증 대상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도종환, 권인숙, 서동용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이력서 및 수상경력 해명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도종환, 권인숙, 서동용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이력서 및 수상경력 해명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일방의 주장만 있는 '쥴리 의혹'이나 김 대표의 성형 여부에 대한 보도는 여성혐오적 인식이 깔려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과의 인연으로 김 대표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권의 공세는 '쥴리 찾기'로 수렴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건희씨가 성형을 했느냐 안했느냐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떤 정책을 펼치거나 중요한 사회적 선택을 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그건 당연히 과잉보도 내지는 불필요한 보도”라며 “김건희씨가 과거에 쥴리로 활동하며 남한테 피해를 줬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게 있다면 보도로 다룰 가치가 있겠지만 단지 과거에 '쥴리'로 활동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성형이나 쥴리 의혹에 대한 기사를 쓴 기자가 반여성적 또는 여성혐오적 시각을 갖고 있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보도를 통해 여성혐오적인 시각을 조장 및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남성 기업총수나 정치인들이 비윤리적이고 법률적 기준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는 매우 관대했던 언론이 대선 후보 배우자, 특히 여성 배우자에게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건희 대표가 받고 있는 의혹과 등판 여부는 윤석열 후보의 행보에 중요한 변수가 됐다. 언론은 여권이나 일부 언론의 자극적인 주장에 편승할 게 아니라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석태 교수는 “언론은 대선 후보자의 정책이나 됨됨이 등 후보자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전달해 시민들의 정보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쥴리’, ‘성형’ 등 단순 호기심에 해당하는 부분만 쫒아가는 보도는 매우 부적절함은 물론, 정당한 검증 보도를 가리는 공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최이숙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당에서 후보자 흠집내기에 주안점을 두고 하는 말들을 소위 '따옴표 저널리즘'에 의존해서 다 받아쓰고 있다”며 “언론은 정치인이 흘리는 정보들을 검증하고 중요성을 판단해서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미래 권력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언론이 어떤 역할과 판단을 해야할지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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